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35



남아있던 샨타크들은 나이트건트에 의해 모두 작살이 났으며 그 뒤로 온 샨타크들은 그 장면을 보고는 꽁무니를 뺐다.

그리고 그 장면을 여유롭게 감상하던 내게 보인 한마리의 샨타크.

다른 샨타크들보다 유독 덩치가 큰 그 녀석은 내가 이미 봤던 녀석이었다.

나이트건트들의 돌진을 열심히 피하던 녀석은 결국 네 마리의 나이트건트들의 합동공격에 날개를 뜯기고, 맥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샨타크의 등에서 같이 떨어지는 한 사람.

나이트건트 한마리가 이를 보고는 그를 낚아채 우리에게 날아왔다.

그의 얼굴을 본 일리나가 눈썹을 찡그렸다.

“…루이스 골드썬?”

나이트건트는 루이스를 우리 앞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도로 몸을 돌려 샨타크 학살 현장으로 돌아갔다.

악다구니를 내뱉던 루이스는 우리의 얼굴을 보고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네가 왜 거기서 나오지, 루이스?”

루크의 물음에 얼굴을 와락 구긴 루이스는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다 너 때문이다. 더러운 트롤!”

…얘 또 이러네.

“네가 아서와 대련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에 대한 복수인가? 내가 알기로는 넌 이 정도로 많은 소환수를 부릴 수 없다. 무슨 수를 쓴 거지?”

루이스는 루크의 질문에도 나만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내 후원자가 너에게 찾아갈 것이다. 트롤.”

“뭐라고?”

으득…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루이스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이런!”

루크가 달려들어 루이스의 입을 벌리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내 눈을 감으며 쓰러졌다.

“…혀를 씹어삼켰어.”

“이 상황에서 자살이라니. 무슨 의도에서 벌인 일이지?”

갑작스러운 루이스의 행동에 당황하던 내게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림랜드에서 나간 거야. 아마 그가 알려줬겠지…





-잠깐 그럼 제 몸을 루이스가 해코지 한다면.





-그럴 걱정은 안해도 돼. 드림랜드와 현실은 시간이 다르게 흘러. 네가 지금 나간다면 현실에서는 거의 동시에 나간 걸로 보일 거야.





휴…. 놀랐네.

나이트건트의 무자비한 폭력이 소문난 것인지, 샨타크들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목표물을 잃은 나이트건트들은 느긋하게 자신들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

‘…저런 괴물이 수하라고? 노덴스도 엄청 강한 모양이네.’

그때 루크와 일리나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런 공격이 더 이어질까?”

“모른다. 만약 그런다면 우리는 전멸이겠군.”

지금.

“크흠… 그래서 말인데.”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며 열쇠를 꺼내 둘에게 보였다.

“무슨 열쇠지?”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

“뭐엇?! 그게 정말인가, 아서?”

“응, 확실해.”

열쇠를 물끄러미 본 일리나는 팔짱을 꼈다.

“음…. 탈출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좋겠지만, 우리의 시험 과제는 4일 간의 생존인데? 만약 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한 다면 어쩔려고.”

그 시험 이미 망했다니까요?

하지만 진실보다는 거짓이 편할 때도 있었다.

총장님 또한 지금의 상황을 막고 싶을 터. 일단 내보내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그렇다면 루크에게 했던 거짓말을 되풀이할 시간이다.

“일리나. 이 시험의 진짜 과제가 정말 생존이라고 생각해?”

“뭐?”

“총장님은 적극적인 학생이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고 했어. 기억해?”

“응. 확실히 그런 말을 하셨지.”

“그렇다면 평범한 생존에서 어떻게 적극적인 학생을 찾을 수 있지?”

“음…. 그것도 그렇네.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내가 생각한 기준은 바로 이거야. 탈출을 하냐, 마냐.”

내 말에 일리나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일리가 있네. 그렇게 한다면 순위를 정하기 쉽겠어.”

됐다!

대화는 일리나와 하고 있었지만 주변에는 학생들의 귀도 있었다.

내 말을 들은 학생들은 동의의 끄덕임을 보여줬다.

“그러네. 탈출을 기준으로 하면 명확하잖아.”

“눈에 보이는 탈출 방법이 있다는 것도 총장님이 준비해두신 장치가 아닐까?”

긍정적인 반응이 퍼질 적.

“잠깐! 그 열쇠를 어떻게 신뢰하지?”

‘아, 또 저 녀석이야?’

아까 전 내가 샨타크들을 몰아왔다고 주장한 그 귀족이다.

“네가 우리를 전부 탈락시킬려고 함정을 팠을 가능성도 있잖아!”

아…아악…! 고구마를 한입 가득 배어문 것 같은 기분이다. 답답해 죽을 것 같아…!

그 귀족은 기세등등하게 헛소리를 떠들어 대었다.

“출처도 모르는 도구를-”

그런데.

“시끄러.”

쩌적

일리나가 말을 끼어들며 냉기를 뿜어내었다.

“네 머리는 장식이라도 돼?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거야?”

일리나의 독설에 귀족의 얼굴이 붉그락푸르락해졌다.

“무, 뭐야?!”

“멍청하긴. 아서가 그런 마음을 먹었으면 저 괴물새들이 오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지도 않았겠지. 쟤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을 테니까.”

“하, 하지만…”

“맞아! 아서는 그럴 마음이 없어!”

반박하려던 분탕귀족의 말을 끊은 것은 방금 전 전투에서 내 도움을 받은 학생이었다.

“내가 저 괴물한테 당하기 직전에 아서가 보호막을 씌워줬어. 그런 아서가 우리를 탈락시킬 거라고? 말도 안돼!”

그녀의 말에 학생들의 분위기가 넘어왔다.

“그건 그렇지. 아서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맞아. 방금 전 폭발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도 아서라며?”

“우리 전부 아서 덕분에 살아있는 거 아냐?”

학생들의 차가운 시선이 향하자 귀족은 입을 다물고 구석에 처박혔다.

와…. 이건 마치 탄산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것 같은 기분.

‘속이 뻥~’

나는 손잡이 부분에 자리한 보석을 꾹 누른 채로, 열쇠를 들어올렸다.

열쇠를 돌리자 허공에 약간의 노이즈가 끼며 하얀 구멍이 뚫렸다.

“이게 탈출구야. 빠르게 사라진다고 했으니 지금 바로 나가야 해.”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길려 하던 그때.

“잠깐! 나가는 순서는 어떻-”

“아, 좀 닥쳐라.”

“분위기 파악 진짜 못하네.”

“덜떨어진 녀석.”

또다시 뭔가 하려던 분탕귀족은 학생들의 빠른 처리로 다시 쭈굴이가 되었다.

“가자, 아서.”

루크가 손을 뻗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희들 전부 들어가는 걸 보고 들어갈 게.”

“음. 알겠다. 현실에서 보지.”

“그래.”

일리나와 루크가 가장 먼저 들어가고, 뒤를 학생들이 이었다.

학생들이 줄줄이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나만 남아있었다.

“인…간…”

뒤를 돌아보자 구울들이 모여있었다.

“가는…건..가…?”

“이…ㄴ…간……ㄱ..ㅏ?”

“그래. 이제 간다.”

나이든 구울이 대표로 나섰다.

“그럼….이..제 거래는…”

“끝이지. 그동안 지켜줘서 고마워.”

“…우리야….말로….구그 고…기 줘서…고맙…다…”

“나중에 다시 올 일이 생기면 챙겨줄게.”

“끄으…끄윽…끄윽….”

나는 처음에는 구울들이 우는 건가 싶었지만 표정을 보니 웃음소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인간…하루 정…도는….안 먹…겠다… 하루 안…에…..구그 고기…주면….거래..다.”

“그래주면 고맙지.”

구울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인 나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휴우…. 드디어 나가네요.”

분명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9일이나 지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수고했어, 아서.





-릴리스도 수고했어요.





-빨리 나가자. 나도 쉬고 싶어.





-넵!

릴리스를 품에 꼭 안은 채, 지겨운 드림랜드를 뒤로하며 구멍으로 들어간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 심하게 사방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분명 토할 것 같은 어지러움이었지만 마음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눈을 뜨자 회색빛 천장이 보였다.

딱딱한 바닥의 감촉과 함께, 내 품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릴리스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그 귀여운 고양이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좋은 아침이예요, 릴리스.”

“푸흐흐… 좋은 아침, 아서. 내 꿈 꿨어?”

“그럼요. 꿈에서 릴리스랑 찐하게 키스도 했다고요.”

“현실에서도 해볼래?”

당장에라도 입술을 겹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서!”

안타깝게도 주변의 시선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고개를 돌리자 레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주 손을 흔들어주던 그때, 문뜩 든 의문.

‘잠깐, 루이스는 어딨지?’

일어나는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봤지만 루이스는 보이지 않았다.

‘도망간 건가?’

도대체 언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여러분 모두 잘 돌아왔습니다.”

총장님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모두들 다치지 않고 돌아오게 된 것에 저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치지 않았다뇨! 죽은 친구도 있는데!”

구그에게 친구를 잃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나 여기 있어.”

“어?! 뭐야! 네가 어떻게…?”

“나도 몰라. 내가 왜 여기 있지?”

사방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들려왔다.

꿈의 자아가 죽었다고 한들 일단 몸은 멀쩡하니까.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안타깝네.’

저들은 목숨을 잃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평생 꿈을 꾸지 못할 것이다.

총장님이 손을 활짝 펼쳐보였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번 시험은….. 전부 꿈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대부분의, 정확히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말도 안돼! 그게 꿈이었다고요?”

“그렇게 사실적이었는데도?”

“공유몽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어요?”

학생들의 반응을 여유롭게 받아낸 총장님은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시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시험의 숨겨진 의도를 잘 파악했더군요.”

총장님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숨겨진 의도라 하면….”

“탈출! 탈출이 정답이었어!”

“아서의 말이 맞았던 거야!”

학생들의 부담스런 시선에 나는 그만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총장님은 시험이 망할 뻔 했다는 사실을 숨기실 생각인 것 같네. 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여기서 진실을 말해버린다면 반드시 패닉이 올 터.

굳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쥐어줄 필요는 없었다.

“시험의 점수와 등수는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모두 피로할 텐데. 기숙사로 돌아가서 심신의 피로를 푸세요.”

학생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련장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끽할 휴식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나도 일어나서 수련장 출입구로 향하던 그때.

-오늘은 일단 쉬시죠.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나눠볼까요?

머릿속으로 총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돌아보니 총장님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하여간 신출귀몰한 분이셔.’

불안감은 일단 뒤로 미루며 가벼운 뜀걸음으로 기숙사를 향했다.

나 또한 오랜만에 느낄 안식의 시간에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룰루루~”

“냐냐냥~”

“푸하하하! 그게 뭐예요, 릴림!”

그리고 가벼운 건 내 걸음 뿐만이 아니었다.

걸음보다 더 가벼워 진 것은 내 마음.

드림랜드의 사건을 지나오면서 내가 생각하던 고민이 정리된 것이다.

나는 답을 내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한결 가벼워진 마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릴림, 기숙사에 가서 답을 줄게요.”

잠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릴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냐아?!”

그게 정말이냐는 듯 나를 올려다보는 릴리스.

“그럼요. 이제 답을 내렸어요.”

이제 릴리스에게 제대로 말할 때였다.

점점 더 빠르게 뜀박질을 이어갔다.

곧 있을 가까운 미래에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아아, 나는 역시 릴리스를-‘

푸욱!

그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쿵쾅거리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어서 차가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느껴졌다.

‘…어라?’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것은.

내 가슴을 빠져나온 빛나는 무언가.

붉은 액체를 뒤집어 쓴 그것이 뭔지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그때.

푸화악!

그것이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뿜어지며 시야가 다시금 흔들렸다.

시선의 높이가 낮아지며 바닥이 가까워졌다.

시야가 붉었다.

붉고 붉었다.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

“….서…!”

몸이 뒤집히며 시야가 위를 향했다.

시야에 누군가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아름다운 얼굴, 내가 좋아하는…

“…릴….리ㅅ…”

말이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억눌려서 나왔다.

“안..ㄷ…아…ㅅ…….정…신…….”

릴리스는 울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릴리스의 울음에 당황하기도 잠시.

아, 어쩌지.

저런 모습마저 예쁘게 보였다.

정말 푹 빠졌네.

그래도 가능하면 웃는 모습이 나은 것 같았다.

릴리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건드렸다.

그러자 릴리스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릴리스의 울음이 더 커져버렸다.

앗….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릴리스는 내 손을 붙잡고는 뭐라고 소리쳤지만, 이젠 모든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슬슬 시야마저 어둡게 변하고 있었다.

아, 졸려.

지금 자면 안 되는 데….

릴리스. 울게 내버려 두면 안 되는데….

항상 웃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나….

릴리스한테 고백해야 하는데….

아, 못 버티겠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잘게요.

고백은 잠깐만 미룰게요.

……….

…….

….

미안해요, 릴리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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