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
학생과 샨타크의 마법이 오가는 숲은 더 이상 숲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 되었다.
사방으로 날아드는 마법은 주변을 얼리고, 또 녹이고, 지지고 폭파시켰다.
특히 루크의 화염마법이 작렬할 때마다 울창하던 나무들은 말라붙거나 불타올랐다.
전쟁터와 같은 곳에서 학생들의 외침이 오갔다.
“루크! 화염마법 좀 자제해서 날려! 내 물마법이 전부 증발해버리잖아!”
“우오오오오오!!!”
“야야, 쟤 이미 오버히트야. 맛 갔다고!”
“우하하하하! 싹다 죽어버려라!!”
난리통 속에서 릴리스를 꼭 붙든 나는 전황을 살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샨타크들은 하급마법만을 사용하는 반면 학생들은 대부분이 중급마법, 실력이 뛰어난 몇몇은 고급마법을 사용했으며, 특히 루크와 일리나는 학생의 실력을 아득히 초월한 마법을 쏟아내었다.
오버히트로 맛이 간 루크는 이미 인간 화산이 되어버렸고, 일리나는 그런 루크의 마법에서 빠져나온 샨타크들을 요격했다.
하지만.
“끼에에엑!”
“끼에에엑!”
“끼에에엑!”
놀랍게도 샨타크들은 그 뒤로도 더 날아오고 있었다.
한마리가 쓰러지면 그 다음, 또 한마리가 쓰러지면 또 그 다음.
몸을 사릴 줄 모르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드는 샨타크들.
끝없는 물량 공세에 학생들의 마법폭격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젠장…! 마력이 다 떨어졌어!”
“나도!”
마력이 고갈된 학생들이 속출하고, 지원마법을 배운 학생들이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지원마법은 재능을 타고나야 하는 분야였고, 당연히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마법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마력 고갈을 호소했다.
학생들이 줄줄이 빠져나가자 하늘을 빼곡하게 메우던 마법들이 하나 둘 사라져갔다.
그렇게 화망이 주춤한 틈을 타서.
“끼에에에에엑!!”
“내려온다!”
“막아!”
몇몇 샨타크들이 날개를 접고 하강하여 학생들을 향해 화살처럼 내려꽂혔다.
마력이 남아있는 학생들이 요격마법을 날렸지만 샨타크들은 날개가 찢어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가왔다.
그렇게 샨타크 한 마리가 미처 피하지 못한 학생을 덮치려 하던 그때.
텅!
“끼에에엑?”
학생과 샨타크 사이에 보호막이 나타났다.
주춤한 샨타크에게는 일리나의 얼음창이 작렬했다.
보호막의 주인을 알아챈 학생이 울먹이며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아서!”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불안한 눈으로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
‘젠장, 수가 너무 많아!’
지금이야 어느 정도 버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루크와 일리나만이 남을 터.
분명 전략병기 수준의 강함을 보여주는 둘이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한계가 있었다.
‘아직 5분은 더 버텨야 하는데…’
지금도 학생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릴리스. 광선 쏠 수 있겠어요?
-…무리. 그 안개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힘을 거의다 썼어. 기껏해야 보호막 한 두번만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릴리스의 힘을 빌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라, 생각해…. 상황을 뒤집을 만한 방법이 있을까?’
시야에 들어온 것은 루크와 일리나, 그리고 릴리스.
‘….화염마법, 얼음마법……그리고 보호막?’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
‘그래! 그거라면 한방에 다 쓸어버릴 수 있겠어!’
계획을 세운 다음은 실행이었다.
“일리나!”
내 부름에 일리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한다.
“왜? 나 지금….”
“끼에에-”
쩌저적
“…바빠!”
“방법이 있어. 이 상황을 한방에 뒤집을 방법.”
그제야 나를 돌아보는 일리나.
“뭔데?”
“우선 루크의 도움이 필요해.”
“루크는 지금…”
“우오오오오오오!!!”
“…말도 안 통할 상태인데?”
당연히 평소라면 실행조차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네가 있잖아! 너라면 저 오버히트를 잠재울 수 있어!”
일리나의 얼음마법으로 화산을 잠재우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프로스트 가문의 일리나다.
프로스트 가문을 대표하는 그 마법이라면 오버히트인 루크를 충분히 깨울 수 있을 거다.
내 의도를 눈치챈 일리나가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 마법을 사용한다면 내 마력도 얼마 안 남게 되버리는데?”
“걱정마. 성공만 한다면 전부 날려버릴 수 있어.”
잠시 고민하던 일리나는 이내.
“좋아. 한번 믿어볼게.”
일리나는 마법을 멈추고 루크를 향해 뛰어갔다.
“루크!”
“우오오오오오!!!”
“읏…”
루크의 열기에 주춤한 일리나는 숨을 고르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일리나의 주위로 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모두 둘에게서 떨어져!”
내 외침에 일리나의 상태를 본 학생들은 기겁하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럴 수밖에. 저 마법은 유명해도 너무 유명하니까.
현대의 마법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도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옛 마법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마법의 형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마법이 지금보다 더 많은 종류로 분류되었으며 무엇보다 마법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파이어볼이나, 썬더웨이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법들은?
발전을 계속한 마법은 끝내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의 마법은 마법사의 재량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파이어볼이 다음 순간 파이어웨이브로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형태에서 벗어나자 세세히 분류할 의미가 없어졌고, 이에 따라 마법의 이름도 사라졌다.
지금 와서는 ‘화염 공격마법’ 처럼 커다란 틀로 묶어서 부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고유한 이름을 가진 몇 개의 마법이 있었으니.
바로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의지가 담긴 비전마법들이다.
비전마법들은 가문 내에서 계승되었으며, 프로스트 가문을 대표하는 비전마법은 총 두 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절대영도』
일리나의 주변의 기온이 순식간에 낮아지며 서리와 얼음이 생성되었다.
그 영향으로 루크의 화염이 주춤했으며 일리나는 약해진 화염 사이를 걸어갔다.
루크의 화염은 일리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일리나의 몸에서부터 시작되는 냉기는 화염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일리나는….
“우오오오오오오!!!”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짜악!
“오오오옥?!”
루크의 등짝을 거세게 내려쳤다.
‘…일리나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저번에도 그러더니 유독 루크가 엮이면 성격이 변하는 일리나.
찰진 소리와 함께 루크의 화염이 잦아들었다.
“…어라? 무슨 일이…. 일리나? 네가 왜…?”
“루크! 일리나! 둘 다 이쪽으로!”
당황하던 루크는 내 부름에 엉거주춤 다가왔다.
자신들을 막아서던 큰 장애물 두 개가 사라진 것을 느낀 샨타크들이 급하강을 하며 다가오려 했으나.
텅 텅텅 텅
그들의 앞을 보호막이 가로막았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릴리스. 보호막으로 하늘의 샨타크들은 전부 가둬주세요!
-그러면 내 힘을 다 써버러야 하는데? 보호막도 못 쓰게 될거야.
-걱정마세요. 이걸로 끝낼 테니까.
-…부디 네 생각이 맞기를 바래.
릴리스의 보호막이 크게 확장되며 샨타크들을 둥글게 감쌌다.
“아서, 이게 대체….”
“루크, 일리나. 이제부터 너희들이 중요해.”
“내가 뭘 해야하지?”
먼저 일리나에게 말한다.
“일리나, 내가 신호하면 저 보호막 안으로 니플헤임을 사용해줘.”
니플헤임. 프로스트 가문의 비전마법 그 두번째이자 첫번째 비전마법 절대영도를 전제로 깔고 가는 최강의 얼음마법.
“나도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위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거야. 쓰고 나서는 마력이 고갈 될 거고.”
“이번 걸로 확실히 끝낼 테니까. 걱정마.”
내가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지…?
“하지만…”
“일리나, 아서의 말대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떤가.”
“루크?”
“아서는 필기평가를 매번 만점으로 통과할 정도로 똑똑하다. 이 캠프도 아서의 아이디어지. 믿어볼 만한 머리다.”
잠시 나와 루크를 번갈아 가며 보던 일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한 번 해볼게.”
“고마워.”
-릴리스.
-구멍을 내라는 거지? 알겠어.
릴리스의 보호막에 작은 구멍이 열렸고, 일리나는 구멍을 향해 손을 뻗으며 눈을 감았다.
약간의 준비시간이 지나자, 눈을 번쩍 뜬 일리나가 외친다.
『니플헤임!』
절대영도가 사용자의 주변 모든 것을 얼릴 수준의 냉기를 만들어내는 마법이라면 니플헤임은 그 절대영도의 냉기를 무기로 사용하는 마법이다.
절대영도의 날카로운 눈바람이 휘몰아치며 보호막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보호막 내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지며 샨타크들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또한 보호막 내부에 서리와 얼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약해진 것이 눈에 띄었다. 저번 실기평가에서 보여준 일리나의 니플헤임은 전방에 모든 적들을 얼려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저 정도로도 충분했다.
그다음은 루크였다.
“루크,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신호하면 저 구멍 안쪽으로 무스펠헤임을 사용해줘.”
무스펠헤임 또한 블레이즈 가문에 내려오는 비전마법으로, 오버히트 상태인 블레이즈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화염마법이다.
내 말 속에서 방법을 유추해낸 일리나가 탄성을 냈다.
“…설마 수증기 폭발?”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수증기 폭발. 밀폐된 공간에 액체가 기체로 변하면서 팽창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팽창으로 인해 높은 압력이 발생할 것이고 따라서…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
다시금 열기를 끌어모은 루크는 오버히트를 향해 달려갔다.
“우오오오오오오!!!”
열기로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적.
“간다!”
-릴리스, 구멍을 루크 쪽으로 늘려주세요.
보호막의 구멍이 길게 늘어나 루크를 바라보게 되자.
『무스펠헤임!!!』
콰광!
루크를 기점으로 화염과 용암이 솟구쳤다.
일리나가 뿌려둔 냉기가 아니었으면 피부가 익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생겨났다.
그 열기는 구멍을 통해 보호막 내부로 향했으며, 압도적인 열기 탓에 니플헤임으로 생겨난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넘어 곧장 증발해버렸다.
-릴리스, 구멍을 닫아요!!
밀폐된 보호막 안에서 열기와 냉기가 뒤섞인 다음 일어나는 반응은.
!!!!!!!!
빛나는 섬광에 이은 엄청난 폭음에 학생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릴리스의 보호막마저 그 에너지에는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지만, 그 안에 있던 것들은 얼음과 함께 전부 증발해버렸다.
한순간에 수백마리의 동족들이 사라져버리자 이어서 도착한 샨타크들은 당황하며 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그 놀라운 광경에 얼이 빠져있던 학생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남아있는 샨타크들을 요격했다.
“크윽….”
루크는 열기를 전부 쏟아내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일리나 또한 지친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한번에 날려버린 건 좋았지만…. 결국 시간벌기 아냐? 저 새들은 지금도 계속 날아들고 있어. 하지만 나와 루크는 모든 마력을 써버렸고. 또 모여버리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일리나의 지적대로 샨타크들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만약 이게 우리들만의 전쟁이었다면 명백한 우리의 패배………하지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이에 먼저 눈치를 챈 일리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설마?”
하늘에는 수많은 샨타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쏜살같이 다가오는 한 무리의 형체가 보였으니.
나는 씩 웃었다.
“지원군이야.”
샨타크들과 비교하면 조금 더 밝은 분위기의 회색 피부, 언뜻 인간과 닮아있지만 수수깡처럼 말라있는 팔다리, 펄럭이는 박쥐 날개에 이어서 보이는 것은 이목구비가 없는 뿔달린 얼굴.
-나이트건트야.
샨타크들의 천적이 강림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나이트건트들은 샨타크들을 말 그대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는 샨타크들의 비늘은 지금의 내게는 첫눈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게임오버.”
우리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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