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8
“…이상하다?네가못찾는다고?”
휘리릭!
“화장실에갔다거나,그런거아니고?”
휘리릭!
“음…늦잠…일리는없을텐데.일단알겠다.일봐라.”
휘리릭!
푸드덕거리며날아가는푸른비둘기를쳐다보는총장.
그는반송된편지를내려다보았다.
총장실로오라는심플한메시지가적힌편지는늘그렇듯아서에게보내진것이었다.
아카데미의전보새터위트는총장의편지를우선적으로배달하게되어있었다.
오전에터위트에게맡겨진편지는반나절이지나점심때다시총장실로돌아왔다.
‘터위트가못찾는다면진짜교정내에는없단말인데…그럼기숙사에있단말인가?그성실한아서가땡땡이를?’
고개를갸웃거린총장은잠시창틀에걸터앉아바람을쐬었다.
“찾아가…기에는너무친한척하는것같을까?그리고총장의위엄이…”
잠시고민하던총장은그대로몸을뒤로젖혀창가에서뛰어내렸다.
그장면을본몇몇학생들이비명을지르던그때.
후웅-
돌풍이일어나총장의몸을부드럽게감쌌다.
사뿐히바닥에내려앉은총장은바람으로흩날린머리카락을매만지고교정을가로질러갔다.
‘위엄이고뭐고걱정되니까.’
무슨변고라도생긴거라면반드시구해주리라.
그리다짐하며당당하게걸어가던총장을누군가가불렀다.
“어머,총장님.”
고개를돌려보니지긋한나이의여성이었다.
“오랜만입니다,록사나교수.”
소환마법을가르치는록사나교수였다.
“총장님이왠일로밖에다나오셨어요?”
“저라고늘방안에만틀어박혀있는건아닙니다.”
“365일중에서300일을방안에틀어박혀있으면매일이죠,뭐.”
“…큼.”
난감한마음에뺨을긁적이던총장은문득아서가소환마법강의를듣는다는사실을떠올렸다.
“록사나교수,혹시아서학생이라고아십니까?”
“알죠,알죠.몇십년만에본패밀리어마법사를제가잊을까요?”
“혹시오늘아서학생을본적있나요?”
“아…”
이번에는록사나가난감한태도를보였다.
그반응에총장은고개를갸웃거렸다.
“그게…분명그럴아이가아닌것같았는데말이죠.”
“무슨일있었나요?”
“아서학생은최근일주일동안등교를하지않았습니다.”
“…예?”
총장은자신의두귀를의심했다.
‘오늘하루만그런줄알았는데.뭐,일주일?!’
총장은당황한마음을애써숨기며물었다.
“7일이나학교를빠지다니,무슨일이있었습니까?”
“으음…생각나는건없는데말이죠.다른교수님들도모르는눈치였어요.그런데총장님이아서학생을왜찾는건가요?”
“……”
“…총장님?”
“아,네?뭐라고하셨죠?”
“총장님이무슨이유로아서학생을찾는건지물었습다만.”
“아…별거아닌이유입니다.그럼이만.급한회의가있어서요.”
빠른걸음으로멀어지는총장의뒷모습을멍하니바라보던록사나교수는고개를갸웃거렸다.
“거긴회의실이아니라제1기숙사로향하는길인데…”
총장과아서를떠올린록사나는설마하는목소리로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좀닮은것같기도하고…”
그러기도잠시,
“에이,총장님연세가있으신데.게다가저런워커홀릭이어떻게가정을꾸리겠어?”
록사나는고개를내저었다.
“절대못하지.”
—-
총장은문을앞두고큼큼,목을가다듬었다.
마도제국황제를만날때보다더두근거리는것같은심장을팡팡내려친총장은심호흡을하고는,
띵동!
초인종을울렸다.
그리고잠시기다렸다.
“…”
“….”
“…..”
“……”
“……?”
초인종이울려도아무런반응이없자총장은고개를갸웃거리며다시초인종을울렸다.
띵동!
“……”
반응이없자총장은문에귀를가져다대었다가이내후회했다.
“…이런멍청이.”
자신이건방음마법을까먹고구시대적인방법을쓴자신을자책한총장은감지마법을펼쳤다.
모든기숙사문에는웬만한감지마법을수백번써도못뚫을수준의보호마법이걸려있었지만,그보호마법을건사람이다름아닌총장본인이었다.
자신의마력은부드럽게통과시킬것이다.
그랬을터인데…
투웅-
“…엥?”
감지마법이튕겨져나왔다.
“이럴리가없는데…?”
고개를갸웃거린총장은더강하게감지마법을펼쳤으나,
투웅-
어김없이튕겨져나왔다.
‘내가못뚫는다는건다른보호마법이새로걸렸다는소리인데…릴리스인가?’
총장의머리가빠르게돌아갔다.
일주일동안안나오는아서.
초인종소리가울려도반응이없음.
그의방에걸린릴리스의보호마법(추정).
최근에약혼한아서와릴리스.
“…설마?!”
총장은고민끝에나온답에식은땀을흘렸다.
“그,그래.이미아서도성인이고,둘이약혼도했으니못할건없지만…그래도일주일씩이나?!”
애써합리화하려했지만,일주일이라는시간이발목을잡았다.
그러던총장은문득릴리스의과거를떠올렸다.
‘…가능할지도…?아서가좀걸리긴하지만,설마릴리스가죽을때까지쥐어짜지는않겠지.’
나름대로합리화를마친총장은고개를끄덕였다.
‘음음,나도신혼때는정신없었지.초인종정도야못들을수도있지.’
그렇게자리를뜨려던총장은한걸음을내딛고는그대로멈춰섰다.
“…만약아니라면?”
정말로안에무슨일이생긴거라면?
그런생각에불안한마음이든총장은결국다시몸을돌려문을마주했다.
그는마력을잔뜩끌어올려자신이할수있는가장강력한감지마법을사용했다.
감지마법이보호마법에닿는그순간,
끼릭-
‘어?’
아무런저항없이감지마법이통과했다.
그러면서보호마법은여전히작동중이었다.
마치총장의마력을인식하고일부러열어준것같은현상이었다.
의아한총장이었으나어쨌거나감지마법이통과했으니그는방내부를살폈다.
그의예상과는반대로방내부는조용하기그지없었다.
오히려…
‘너무조용한데?’
불도다꺼지고식탁에는먹다남은음식이널브러져있었다.
마지막으로침대를살핀총장은…
“!!!”
곧장기숙사문앞에인식저해마법을걸고는문손잡이를잡았다.
아카데미기숙사의문은방주인딱한명에게만문을열어주게되어있으나,유일한예외로총장은모든문을열수있었다.
혹시모를불상사를대비한마스터키였다.
문이총장을인식하고잠금을해제하자곧장문을열어젖힌총장은방안으로뛰어들어갔다.
“아서!”
허겁지겁달려간총장은침대앞에서멈춰섰다.
자신을부르는소리에침대에서몸을일으키는아서.
회색머리는빛을잃고부스스했으며,릴리스가열심히먹이며찌워놨던살은어디로갔는지비쩍말라있었다.
특히문제인곳은얼굴이었는데,홀쭉해진뺨에는눈물자국이가득했으며,눈가가퉁퉁부어있는데다가그늘져있어서마치죽은사람을보는것같았다.
“으음…”
열린문으로들어오는빛에얼굴을찡그린아서는멍하니총장을바라보았다.
“…총장님?”
도대체얼마나운건지목이전부쉬어있었다.
“그래,나다.도대체무슨일이있었던거지?릴리스는어디로갔고너혼자…서…”
총장은말을잇지못했다.
릴리스의이름이나오는그순간아서의눈가가붉어졌기때문이다.
“…얼마나지났어요?”
“뭐?”
“제가안나간지.”
“일주일이다.”
“…일주일.”
아서는멍한시선을옮겨달력을바라보았다.
“벌써일주일이나지났구나…”
“도대체무슨일이있었던거냐.”
이번에는릴리스라는말은입에도안꺼냈건만,아서의눈가에물기가차올랐다.
“흐윽…아,안돼는데…울면릴리스가슬퍼할텐데…”
이미눈물을잔뜩머금은소매로눈을닦아내는아서의모습에총장은자신도모르게몸을움직였다.
포옥-
총장의품에안긴아서는눈을동그랗게떴다.
“총장님…?”
“…….”
반사적으로움직인몸에스스로도놀란총장은천천히손을들어아서의뒷머리를쓰다듬었다.
워낙오랜만에해보는짓이라서툰손길이었으나…
그서툰손길로아서가애써막아오던벽이무너져내렸다.
“흐윽…흑…”
작은흐느낌을들으며총장은한숨을내쉬었다.
‘일단진정부터시켜야겠군.’
—-
“마셔라.”
총장은자신의방에서가져온차를마법으로순식간에끓여아서에게건넸다.
찻잔을받긴했지만,멍하니바라만보고있는아서.
“눈물을그렇게흘렸으니분명수분부족일거다.얼른마셔.”
총장의말에찔끔씩차를마시기시작했다.
총장은아서의맞은편에앉아아무말없이기다렸다.
찻잔이비워지면다시따라주고,차가부족해지면다시끓이면서.
한참을기다리자아서가입을열었다.
“…총장님은믿을수있다고했어요.”
“누가,릴리스가?”
“네.”
“거참…”
총장은그릴리스가아서에게그런말을남겼다는것이왠지모르게뿌듯했다.
“절대로저를해칠일은하지않을거라고했어요.”
“맞다.”
“왜요?”
“왜냐니?”
“릴리스를싫어하던거아니었어요?당연히계약자인저도좋지않게볼거라생각했는데.”
총장은잠시입을다물었다.
진실을설명하기에는아서의상태가좋지않았다.
마치뭐라도톡건드리면곧장터져버릴거품같은상태였기에조심스럽게다뤄야했다.
“…나는내학생을지켜야할의무가있다.”
“저희를드림랜드에떨어뜨려놓고요?”
“그건니알라토텝이중간에헛짓거리를해서그랬던거고!”
“하하,그냥해본말이었어요.”
애써웃는아서는입꼬리가파르르떨리고있었다.
그모습에참다못한총장이말했다.
“무슨일이있었던거지?”
잠시고민하던아서는릴리스가남긴말을떠올렸다.
‘총장은 절대로 너에게 피해가 갈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이지만, 아서는 총장을 믿으라 한 릴리스를 믿기로 했다.
“…심연회의라고아세요?”
“뭐?!”
의자를박차고일어선총장의손이파르르떨렸다.
“지금심연회의라고…그럼릴리스가절대심연으로갔단말이냐?”
“네.”
“그럴리가.저번심연회의가열린지얼마나되었다고벌써…”
총장의머리가빠르게굴러갔다.
‘히프노스나다른엘더갓의연락이없는걸보면엘더갓은아직모르는모양인데…하지만어째서심연회의가…?’
그러다문득아서에게시선이닿은총장은고민에서빠져나왔다.
“그렇군.절대심연은시간축이이어지지않는장소지.얼마나걸릴줄모른다는건가…”
“네,릴리스말로는짧으면몇초,길면수십년이라고했어요.”
총장은릴리스가아서를안심시키기위해거짓말을했다는사실을깨달았다.
절대심연을다녀온다면수십년은커녕수억년의세월이흐를수도있다.
수십년은우습게지나간다는말이다.
‘하지만아서는이미알아챈모양이고,그래서저런모습이었군.평생못만날수도있을테니까.’
총장은자신의후손이자신과똑같은일을겪을수도있다는안타까운마음에가슴이먹먹해졌다.
‘빌어먹을,이런건닮지말란말이다…!’
“릴리스가한가지방법이있다고했어요.”
“방법이있다고?”
“네,이번회의를주최한아우터갓이요그소토스래요.그에게부탁해서-”
“뭐엇?!!”
총장은두번째로자리를박차며일어났다.
“요그소토스?릴리스가그렇게말했다고?”
“네,그아우터갓에게부탁해서바로제곁으로돌아온다고말했어요.”
“음…그래.요그소토스라면충분히가능한일이야.”
절대심연중심부에잠들어있는그존재를제외하면인간들이말하는전지전능한신에가장가까운존재가요그소토스다.
그의힘을빌린다면곧장돌아오는건일도아니겠지.
그러나과연요그소토스가릴리스의말을들어줄까…
‘애초에요그소토스가어째서회의를연거지?그는멸망하는차원을전전하고있는게아니었나?설마세력전에참전하려는건아니겠지…?’
총장은최악의선택지를떠올렸다.
만약요그소토스가참전한다면차원계는순식간에불바다가될것이다.
그런총장의고민을깨뜨리는목소리,
“하지만아직까지돌아오지않는걸보면실패한거겠죠…”
릴리스가떠난첫날까지만해도돌아올릴리스에게해줄말까지생각하던아서는둘째날,셋째날,마침내릴리스가떠난지나흘이지났을무렵침대에틀어박혀눈물로밤을지새웠다.
아서는품에서작은사진을하나꺼냈다.
동물원으로데이트를갔을때찍었던릴리스의사진이었다.
귀여운고양이귀를단릴리스가애교를부리는사진.
보기만해도미소가지어지는귀여운사진이었지만,지금아서에게는그저릴리스를회상하기위한도구일뿐이었다.
추억을회상하며아서가짓는미소를본총장은그모습에자신을겹쳐보았다.
마치떠난아내를회상하는자신의모습이아닌가.
그나마총장자신은나아가야할의무와책임이있었다.
그러나아서에게는그무엇도남아있지않았다.
릴리스는아서가자신만으로만족해주기를바랐다.
아서의모든행동을자신의것으로채워나갔다.
하지만그것은지금의상황에서는오히려독이되고말았다.
아서는릴리스가없으면나아갈수없다.
나아가야할길자체가사라지고말았다.
그무엇도남지않은텅빈사람.
총장은수백년의세월속에서그런사람들을몇몇만나보았고,그결과가어떻게끝나는지알고있었다.
총장은자신의후손이그런끔찍한결말을맞이하게내버려두고싶지않았다.
떨리는턱을부여잡은총장은애써입을벌렸다.
“방법이있어.”
“…네?”
“네가릴리스와소통할방법.”
총장은아서를끌어올리기로했다.
설령이것이아서를더욱깊은절망의구렁텅이에빠뜨릴지라도.
[!– Slider main contai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