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9
“네가릴리스와소통할방법.”
총장의말에아서의눈이천천히커졌다.
“…진짜요?”
“그래,어떻게보면세상간단한방법이야.”
“뭔데요?알려주세요.”
총장을바라보는아서의눈에서미약한열기가나타났다.
꺼졌던희망의불씨가되살아나고있었다.
그모습에총장은스스로를자책했다.
‘난쓰레기야.천하의둘도없는개쓰레기.’
그러나그는아서를이끌어야했다.
희망의불씨를살려야했다.
…설령그방법이거짓된말이라해도.
“기도를하는거야.”
“…기도요?”
“그래,아우터 ‘갓’이니까.그들은자신을숭배하는자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어.”
이말자체는진실이었다.
아우터갓들은자신을직간접적으로숭배하는무리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었다.
다만,그목소리가절대심연의관문을통과할수있을지는총장자신도알수없었다.
그곳은차원의중심이며외곽,시작이자끝.
시공간을초월한심연이니까.
그러나총장은말해야했다.
아서를일으키기위해서.
“네가기도한다면릴리스는반드시들을거야.”
“…그럴까요?”
“당연하지!릴리스가네말을무시한적있어?”
“…없죠.”
“아마회의때문에바빠서답이오지는않겠지만,그래도네말을듣기는할거다.”
아서의얼굴에서서히핏기가돌기시작했다.
침울했던표정이밝아지며생기가돌아왔다.
“기도라…방식은아무렇게나해도상관없나요?”
“그래,마음대로해도된다.”
“…혹시제가한기도가릴리스가아닌다른신에게가면어떡하죠?”
“그런건신경쓰지않아도된다.세상모든숭배자들중에서자신의신을직접본숭배자가얼마나있을것같아?똑바로릴리스를생각하면서기도한다면,분명릴리스에게닿을거다.”
이에아서는눈을감고두손을모아성국의사제들이하는기도의자세를취했다.
그리고입술을달싹이며무엇인가를중얼거렸다.
얼마지나지않아눈을뜬아서는몇분전과는전혀다른사람처럼보였다.
더밝고,더생기가넘쳤다.
릴리스와완전히단절된것이아니라는사실에아서의눈에서조금이나마희망의불씨가살아났다.
“뭐라고기도했지?”
“그…”
고개를살짝돌린아서는쑥스럽다는듯이작게중얼거렸다.
“보고싶다고요.”
“……”
총장은말문이턱막히는것같았다.
만약아서가진실을알게된다면그는방금전과비교도할수없을만큼깊은절망에빠질것이다.
거짓된장작을먹은불씨는영원히꺼져버릴것이다.
그러나총장은혹시모를희망에걸기로했다.
아서가진실을눈치채기전까지릴리스가돌아올수있다면…
총장은자신이야말로릴리스에게기도하고싶은마음이었다.
‘제발…’
릴리스가늦지않게돌아오기를.
총장이닿지않을기도를하던그때,아서가자리에서일어났다.
“아윽…”
오랫동안침대에누워있느라몸상태가말이아니었다.
우득거리는관절을천천히돌려푼아서는어색한미소로총장을바라보았다.
“고마워요.”
“……”
총장은아무말도할수없었다.
—-
총장님은내게뭐든많이먹어서살부터찌우라는말을남기고기숙사를떠나셨다.
혼자남겨진나는기숙사를둘러보았다.
이사를하자마자좋다고뛰어다니던곳이었지만,지금은그빛이바랜것같았다.
방을빛내던존재가사라졌기때문이다.
내가이기숙사에들어와좋아한것은단순히설비가좋기때문만은아니었다.
그설비를릴리스와함께사용할수있다는것이좋았던것이다.
넓은현관은릴리스와포옹하기에충분한공간이있어서좋았다.
화장실이두개로늘어난것은릴리스의유혹에서도망칠공간이늘어나서좋았다.
욕조가커진것은언젠가릴리스와함께들어가고싶었기에좋았다.
부엌이넓어진것도,냉장고가좋아진것도릴리스의음식을더욱맛있게,그리고언젠가내가릴리스에게음식을해줄때더맛있게해줄수있을것같아서좋았다.
모든이유가릴리스가있기에성립되었다.
그러나릴리스가떠난지금,내게이기숙사는그저겉모습만빛나는속빈…
짝!
힘껏뺨을친나는고개를저었다.
“부정적인생각은그만.릴리스가돌아올때를대비해야지.”
릴리스가돌아왔는데피골이상접한내가있으면어떤반응을보일까.
일단은멀끔한상태를유지해야했다.
냉장고를열자내부를꽉꽉채운다양한종류의음식이보였다.
가장익숙한올드원구이를꺼낸나는저절로따뜻해진음식을천천히먹기시작했다.
제대로된음식을먹는건며칠만이라꼭꼭씹어먹었다.
그러다문득성국의사제들이식사전기도를하는것이떠올랐다.
음식을내려놓고두손을모은나는릴리스를떠올리며기도했다.
“잘먹고잘지내고있을테니까,얼른돌아와주세요.”
잠시머뭇거리던나는속삭이듯말을이었다.
“사,사랑해요.”
괜히뜨거워진얼굴에손부채질을하며식사를이어갔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황금의 벌꿀술이 담긴 병이 있어서 그것도 한 잔 따라 마셨다.
식사를끝내고집안을청소하려고했는데…
“…어라?”
창가를쓸어보니먼지가한톨도앉아있지않았다.
설마릴리스가지속되는청소마법이라도걸고간걸까?
“에이,설마…….”
……
“…진짜인가?”
내손에먼지한톨도용납하지않던릴리스라면충분히가능할것같다는생각이들었다.
하여간에상냥하신외신님이다.
내손에서빗자루를뺏어가던릴리스의모습이떠오르자웃음이흘러나왔다.
문득나는시계를보았다.
점심시간이끝나가고있었다.
“…오후수업이라도들어가야하나?”
나름열심히수업을듣던나였기에일주일이나빠진수업이살짝아까워졌다.
당장이라도찾아가고싶은마음이굴뚝같았지만,나는거울을보고는나갈마음을접었다.
‘이건뭐…진짜죽었다살아난사람같네.’
일단은몸상태부터복구해야겠다.
—-
릴리스가떠난지11일차.
나흘동안잘안넘어가는음식도꾸역꾸역먹고,제시간에누워잠을청하니그래도상태가많이호전되었다.
“…이정도면뭐.”
홀쭉했던볼살이나름올라왔다.
릴리스를만나기전모습으로돌아온것같달까.
나흘전처럼죽기직전의모습은아니었으니오늘은등교를하기로했다.
오랜만에외출에옷장을연나는숨을들이켰다.
각맞춰서단정하게접혀져있는옷들에서릴리스의향기가묻어나왔다.
릴리스가선물해준옷을꺼낸나는잠시얼굴을묻었다.
달콤한릴리스의향기에마음이편안해지는것같았다.
‘집안에있을때는이거입어야겠다.’
누가봐도외출용이지만,편안하기로는옷중에서제일이었으니상관없을것같았다.
일단그옷은내려놓고교복을꺼내입었다.
릴리스가꽂아준뱃지를한번쓰다듬은나는천천히발걸음을옮겨현관에섰다.
신발을신은나는잠시그자리에서누군가를기다렸다.
“아…”
습관처럼릴리스를기다리고말았다.
홀로현관을나서는게이렇게어색할줄이야.
지금이라도눈을감으면내게달려와잘다녀오라며입을맞출릴리스가보이는것같았다.
허전한입가를쓰다듬으며중얼거린다.
“다녀오겠습니다.”
문을열고나서자햇빛이눈을찔렀다.
11일만의외출은확실히새로운기분이었다.
항상품에안겨있던귀여운고양이가없으니손이허무하게허공을맴돌았다.
괜스레주머니에손을꽂은나는빠르게발걸음을옮겼다.
첫수업자리에앉아서교수님을기다리고있자니,후다닥달려오는누군가.
“아서!”
요란스럽게자리에앉은사람은다름아닌레티였다.
“안녕,레티.좋은아침이야.”
“닥쳐!좋은아침은개뿔.너무슨일있었어?이주나등교를안하다니…드디어미쳐버린거야?”
말은험했지만레티의눈은걱정스러운빛을띠고있었다.
이에나는미리준비했던변명을입에담았다.
“갑자기릴림이아파서간호해주느라못나왔던거야.”
“릴림이?어머,어떡해…그러고보니오늘은안데리고나왔네?많이안좋아?”
릴리스의부재와내등교거부를모두설명할수있는변명이었다.
“단순한몸살인것같은데꽤나오래가네…너무빠지면안될것같아서일단은등교한거야.”
“그럼일단내가아는동물병원에…아,소환수는또다르겠지?그럼소환마법교수님께물어보는건?”
“안그래도오늘여쭤볼려고.”
“응,꼭물어봐.혹시병문안가도될까?”
“음…아파서그런지조금예민해진상태라안오는게더나을것같아.”
“그래그래.고양이들이특히그러더라고.곁에잘있어줘.”
“그래.”
오전수업은정신없이흘러갔다.
일주일이넘는공백을메우기위해나름열심히참여하고싶었으나,도저히집중할정신상태가아니었다.
“후우…”
소환마법시간.
시끄러운교실속에서조용히눈을감고책상아래로손을맞잡았다.
‘보고싶어요,릴리스…’
조용히기도를하던그때,
“어이.”
누군가내어깨를잡아돌렸다.
얼굴을보니소환마법시간에내험담을하다가릴리스의마법으로공중제비엉덩방아를찧었던귀족학생삼인방이었다.
그중한명이내책상에엉덩이를올리고걸터앉았다.
“듣자하니네고양이가아프다면서?”
내가오늘이말을한사람은레티밖에없었다.
그러나레티가아무리가벼워보여도이런말까지떠벌리고다니는성격은아니었다.
레티와나누던대화를앞뒤양옆누군가가엿들은모양이다.
“…그래서?”
“이제소환수도없는놈이왜이교실에엉덩이를붙이고있나해서.”
“릴림은잠깐아픈거야.”
“하하,필기수석이라는놈이좀멍청한거아니냐?”
“뭐?”
“소환수는병에걸리지않아.이세상존재들이아니기때문에완벽한육신을가지고있는게아니거든.따라서병에걸리지않지.만약소환수가아프다?그건자신이있던세계와의연결이불안정해진거야.그말은즉슨…”
그의말을옆에있던친구가받았다.
“그고양이는곧뒤진다는소리지.”
“하하,재수없는고양이.꼴좋구만?”
낄낄대며웃는녀석들.
손아귀에저절로힘이들어갔다.
그걸본한녀석이빈정대는말투로말했다.
“왜,칠려고?마력도,가문도,부모도,심지어이제는소환수도없는네가뭘할수있는데?”
맞는말이었다.
릴리스가없는나는아무것도할수없다.
일단은 참기로 했는데…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지. 네 예쁘장한 여자친구한테 가보지 그래?”
“푸하핫! 그거 좋네. 그 여자가 직접 부탁한다면 사과할 수도 있는데. 물론 우리도 부탁 하나만 하고 말이야.”
릴리스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예전이라면그랬겠지.
끼릭-
마음속천칭이기울었다.
‘바친다.’
‘무엇을?’
‘생명력을.’
심장에고인생명력이줄어들고서늘한감각이느껴졌다.
“이봐.”
“응?”
내부름에고개를돌린녀석에게,
무속성기초공격마법파동형.
옛날말로파워웨이브라불리는마법이다.
퍼엉!
힘찬파동성과함께책상에걸터앉아있던녀석의몸이붕떠올라교실한구석에처박혔다.
“커헉!”
바닥에찧은허리를부여잡은녀석은고통의신음소리를흘렸다.
“마,마법!네가어떻게…!”
당황하며뒷걸음질치는나머지두명.
“미안.내가지금기분이조금안좋아서말이야.”
“이새끼가!”
두명의앞에소환의기미가보였다.
그걸기다려줄정도로나는멍청한놈이아니었다.
빛속성기초마법.
내손에서빛이강렬하게번쩍였다.
가까이서갑작스럽게밝은빛을본녀석들은눈을감싸며고통스러워했다.
그런녀석들에게도무형의파동이작렬했다.
퍼벙!
휭날아가허리를부여잡고있던친구의위로떨어진녀석들은저들끼리쿠당탕!뒤엉켰다.
“커헉!”
맨아래에깔린놈은눈을까뒤집은것이기절한것같았다.
뒤엉켜신음을흘리는녀석들에게다가가자녀석들이나를보고놀라기절한녀석을버려두고바닥을기어뒤로도망쳤다.
그들의얼굴에서 공포를 엿본 나는 실소를흘렸다.
‘하,그래…딱그정도겠지.’
릴리스가있을때는무서워서직접다가오지도못하던겁쟁이들이었다.
이제는건들지않겠지.
여기서만족하기로한나는몸을돌렸고,
‘아…’
내게 쏠리는 수십 명의 시선을 맞딱드리게 되었다.
‘…좀참을걸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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