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7
릴리스의말에나는경악을감추지못했다.
네크로노미콘에서본아우터갓이라는존재들은하나같이생명체보다는하나의현상에가까운,문자그대로신이라불리는존재들이었다.
그런존재들이모이는회의라니…도대체어떤주제로대화가오갈지상상이되지않았다.
회의에서무엇이결정되기라도한다면그결정이전우주에영향을끼칠것은자명한일이었다.
하지만나는그것보다도,
“릴리스는괜찮은거예요?적대적인아우터갓을만나기라도한다면…”
안그래도몸이온전치않은릴리스가해코지당하는것이무엇보다두려웠다.
“그건걱정안해도돼.절대심연안에서아우터갓들은절대로분쟁을일으키지않아.자칫 ‘그’가들을수도있거든.”
“그?”
내가되묻자릴리스는아차싶은얼굴로빠르게말했다.
“아무것도아니야.아무튼나는걱정안해도돼.”
“그럼얼마나있다가오는건데요?”
내말에릴리스의안색이어두워졌다.
“…몰라.”
“모른다니요?”
“아마회의자체는그렇게오래걸리지않을거야.인간들의회의와는의견이오가는속도가차원이다르니까.문제는회의가일어나는장소가절대심연이라는거야.”
“먼곳이에요?”
“멀기도멀뿐더러그곳은시공간을초월한장소야.그곳에서의시간이이곳의시간과얼마나큰차이가있을지모르겠어.빠르면몇초,늦으면수십년의시간이흐를수도…”
“그런…”
수십년동안릴리스를보지도못한다니…
그건나보고죽으라는말과같았다.
“안갈수는없어요?”
“…응.이번회의를주최한존재는실질적인아우터갓의지배자야.참석하지않았다가는무슨일이일어날지몰라.”
“하지만…”
나는필사적으로머리를굴려보았지만,사실상답은정해져있었다.
이미스케일자체가우주급으로커져버린이상,평범한인간인내가아무리발버둥을쳐도바뀌는것은없다.
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함에짓눌려숨이찼다.
그런내뺨을감싸는릴리스의손.
“걱정마.수십년이지날거라는보장도없어.바로돌아올수도있고,만약에너무늦을것같으면내가무슨수를써서라도돌아올게.”
릴리스는애써웃음을지으며나를안심시키려했으나,그어설픈미소는오히려나를더불안하게만들뿐이었다.
그날밤릴리스를꼭껴안고있던나는멍하니눈을뜨고있었다.
그러자들려오는속삭임.
“잠이안와?”
“…네.”
다시는릴리스를못볼수도있다는사실에불안감이치솟았다.
희망찬결과를떠올리려노력해도곧장최악의결과가떠오르며손이떨려왔다.
그런손을꽉쥐며릴리스를안은팔에힘을주었다.
절대로놓아주고싶지않았다.
정말안가는방법은없는걸까…
이미수백번은한것같은고민이이어졌지만,이번에도결론은같았다.
“…릴리스.”
“…응.”
“……”
대답하는릴리스의목소리에서미약한떨림이느껴졌다.
애써감정을억누르고있는목소리였다.
내가더슬퍼지않도록자신의슬픔을억누르는그다정함에가슴이미어지는것같았다.
릴리스또한나와같은마음일것이고,나보다더많은고민을했을것이다.
그럼에도갈수밖에없다고말한다는것은정말방법이없다는것이다.
입술을꽉깨물며릴리스의품에얼굴을묻었다.
‘그냥평생이러고있으면좋을텐데…’
—-
릴리스는아서의몸이떨리는것을느꼈다.
동시에품에서축축한물기가느껴지자순간억누르던감정이터져버릴뻔했다.
릴리스는슬픔을억누르며시간을쪼개고쪼개서이미수만번에걸친시뮬레이션을다시시작했다.
확률상자신이아서의곁으로빠르게돌아갈확률은매우적었다.
무한에가까운시간속에서특정한지점으로돌아간다는것이얼마나극한의확률인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릴리스는포기하지않고시뮬레이션을이어갔다.
사고의절반을시뮬레이션에할애하며,나머지절반은온몸의감각에집중시키고있었다.
지금이포옹을기억하기위해.
만약돌아왔을때너무많은시간이지나더이상이세상에아서가존재하지않게된다면…
상상만으로도끔찍한일이었지만,그럴가능성이더높은것이문제였다.
릴리스의눈앞이흐려졌다.
아무리단단히틀어막는다고해도감정은마치물처럼틈새를파고들어흘러나오기마련이다.
방울진눈물이흘러내려베갯잎을적셨다.
입술을꾹다물며간신히소리만은막아낸릴리스는조용히눈물을 흘렸다.
‘그냥평생이러고있으면좋을텐데…’
아서와릴리스,두사람은모두이밤이끝나지않기를절실히빌었다.
—-
아침햇살이들어올무렵,나와릴리스는동시에서로를바라보았다.
눈가가붉게부어있는모습에서서로가똑같이 눈물로 밤을지새웠다는것을깨달은우리는희미한웃음을흘렸다.
그리고동시에달려들어서로의입술을겹쳤다.
입술이이어진상태에서릴리스가속삭였다.
“오늘은…”
릴리스의말을내가받았다.
“아무 데도 안가요.”
우리는기나긴입맞춤을나누었다.
때로는격렬하게,어떨때는차분하게,
분명첫수업이시작할시간이었지만,지금의내게는아무래도좋았다.
다시는못만날수도있다고생각하자도저히떨어지고싶지않았다.
어제의일이거짓이었으면좋았을텐데.
그러나릴리스의부은눈가가이를부정했다.
침대에서뒤섞여한참을뒹굴거리던우리가일어난것은오전수업이전부끝난이후였다.
잠시숨을고른릴리스는막힌목소리로말했다.
“일단준비를해둘게.”
그뒤로릴리스는바쁘게움직였다.
기숙사방을돌아다니며마법을걸기도하고,부엌에서바쁘게요리를하기도했다.
머리카락까지동원하자절대하루이틀만에다먹을수없는양의요리가줄줄이완성되었다.
달리말하자면,긴시간에걸쳐먹을음식이란뜻이었다.
릴리스는자신이없어졌을때의나를걱정하고있었다.
마침내냉장고가음식으로가득찼을무렵,릴리스는요리를멈췄다.
그리고내게말하길,
“보호마법을겹겹이세워놨어.네가허락하는사람이아니라면그누구도이방에침입할수없을거야.”
“음식은적어도반년은먹을수있을거야.냉장고에서꺼내기만해도데워지는마법도걸어놨어.”
잠시말을멈춘릴리스는잠시고민하더니이어서말했다.
“그리고확실치는않지만,방법이있을지도몰라.”
“…네?”
“내가일찍돌아올수있는방법말이야.”
“정말요?!”
내격렬한반응에릴리스는난감하다는듯이고개를숙였다.
밤새돌린시뮬레이션에서가장희망찬결과였다.
“솔직히이방법이제대로먹힐지는모르겠지만…가능성은높아.”
“무슨방법인데요?”
“이번회의의주최자인부왕요그소토스에게부탁하는거야.”
익숙한이름에잠시기억을되짚던나는놀라서소리쳤다.
“요그소토스라면현재아우터갓의수장이잖아요?!”
“맞아.내사촌이기도하지.요그소토스는모든시공간에존재하는아우터갓이야.만약그에게부탁한다면곧장네가있는시간으로돌아갈수있을거야.”
“그렇다면…”
“하지만요그소토스는균형이무너지는것을싫어해.그리고이번회의를주최한이유가꽤나심각한주제라내말을들어주지않을가능성도있어.어디까지나이것도도박에가까워.”
아무리도박에가깝다고한들,원래확률보다는훨씬높을것이다.
그나마안심이되는것같았다.
“다행이에요…”
그뒤로도릴리스는내가알아야할기타주의사항에대해말해주었다.
대부분잔소리에가까운말이었으나,
“무슨일이생기면…총장에게가.”
“총장님이요?하지만그분은엘더갓의계약자아니에요?오히려릴리스가없다고저를해하려들수도있잖아요.”
물론최근총장님이보여준모습을보면그럴사람이아닌것같았지만,릴리스가없다면태도를바꿀지도모르는일이다.
“그건괜찮을거야.아서,이거하나만은믿어.총장은절대로너에게피해가갈행동은하지않을거야.”
“네?그게무슨…”
“일종의계약이라고보면돼.아무튼총장은네가믿을수있는사람이야.혹시라도무슨일이생기면,아니무슨일이없더라도만나러가봐.도움을줄거야.”
꽤당혹스러운말이었다.
릴리스와총장님이처음만났을때만해도둘은서로를못잡아먹어서안달인관계였다.
나를납치한전적이있으니총장님을향한릴리스의적개심은이루말할수없었다.
그런데이렇게신뢰를보여준다니…
둘사이에무슨일이있었던걸까.
의아하긴했으나릴리스가대놓고신뢰해도된다고말한유일한사람이었으니일단은믿어보기로했다.
“후우…”
마침내말을마친릴리스는천천히자리에서일어났다.
나는무심코릴리스의손을붙잡았다.
릴리스가가지않았으면좋겠다는마음에서우러나온무의식적인행동이었다.
릴리스는그손을멍하니쳐다보더니내손을힘주어잡았다.
“반드시돌아올게.”
“…꼭이에요.”
“응,꼭이야.”
나는새끼손가락을내밀었다.
그러자희미한미소를띄운릴리스는손가락을걸었다.
“약속할게.”
우리는동시에서로에게다가가입을맞췄다.
서로의온기를마음속깊은곳에기억시키기위해있는힘껏껴안으며.
끝나지않기를바랬던입맞춤이끝나고,
입술이떨어지자나는충동적으로말했다.
“릴리스.”
“응?”
“돌아오시면…”
나는릴리스의귓가에작게한마디를속삭였다.
“…!!!”
릴리스의눈동자가동그랗게커졌다.
“…정말?”
“네,정말이에요.”
릴리스는멍하니나를바라보다가오늘이래처음으로제대로된웃음을지었다.
“빨리돌아와야겠네.”
“당연하죠.”
릴리스는내게서천천히뒷걸음질쳤다.
“갈게.”
“아니죠.”
“응?”
“…’갔다올게’ 라고해주세요.”
“…응,갔다올게.”
내게서멀어지는릴리스의모습을눈을부릅뜨며바라보았다.
릴리스는아참,하고말하더니밝게웃으며말했다.
“나없다고울지말고!”
“아,안울어요!”
“후훗…”
릴리스의상큼한 미소를마지막으로…
……
“…릴리스.”
“……”
“……릴리스?”
“……”
어느새나는방안에홀로남겨지게되었다.
릴리스가마지막으로서있던자리를멍하니바라보던나는눈앞이흐려지자눈을닦았다.
손가락으로축축한물기가느껴졌다.
“울지않겠다고했는데…”
눈물을자각하자가슴이울컥하는것같았다.
“흐윽…”
소리가흘러나오자나는침대로뛰어들었다.
배게에얼굴을박고먹먹한소리를내질렀다.
릴리스가울지말라고했으니까.
내가울면릴리스가슬퍼할테니까.
그럼에도 터져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으니,
릴리스에게는들리지않도록,나는소리없이한참을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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