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
야심한…..이라기에는 상당히 밝은 밤.
하늘에는 커다란 달과 수많은 행성들이 크리에이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이 떠있었다.
릴리스에게 들은 바로는 드림랜드는 내가 알던 둥근 행성의 모습이 아니었다.
드림랜드는 넓은 평면의 지면을 가지고 있으며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언젠가 끝에 다다른다고 한다.
또 바다의 끝을 넘어가면 저 하늘에 떠 있는 행성에도 도달할 수 있다나 뭐라나….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따지면 지금 내 품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이 귀여운 고양이가 외신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되겠지.
루크의 불을 본 학생들은 모두 한곳에 모이게 되었고 내 제안에 따라 모두가 캠프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아서어어!!”
“안녕 레티. 다친 곳은 없어?”
“나야 괜찮지. 너는…..이제 걱정 안해도 될려나?”
“응, 릴림이 지켜줬으니까.”
“고양아 고마워~ 우리 아서 지켜줘서.”
-…우리 아서..?
-자, 잠깐 릴리스? 눈 빛나고 있어요!
-우우리이 아아서어? 감히 아서를 그렇게 불러?!
레티에게 광선을 쏘려던 릴리스를 간신히 말려냈다.
모든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약간의 벌목과 채집이 진행되었는데. 마법사가 수십명이 모이니 작업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넓은 공터에는 나무로 만든 가건물이 들어섰고 밤이 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은 불침번을 자처하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불안해서 그런 걸 거예요. 제 계획을 전부 말해준 것도 아니고.
-흥. 남이 말하면 잠자코 들을 것이지. 하여간에 인간들은 지나치게 의심이 많아.
반박하기 힘든 말이었다.
“아서!”
이제는 저 우렁찬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자 밝은 달빛을 붉게 물드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야 루크?”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사망자가 나온 그룹은 더 그런 모양이야. 네가 말했던 계획. 아직도 멀었나?”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으음… 똑똑한 너라면 어련히 알아서 하겠다마는…. 솔직히 나도 불안하다. 이 균열의 생명체와 거래를 하겠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이 캠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이 드림랜드의 원주민과의 거래다.
“걱정마 나도 자살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그건 알고 있지만…”
-왔다!
릴리스의 외침과 동시에 루크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캠프로 돌아가 있어 루크.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까.”
“…..조심해라 아서.”
“그래.”
루크가 멀어지자 나는 캠프를 뒤로하고 몇걸음을 더 걸어갔다.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의지하여 걸어간 나는 정확하게 빛과 어둠과의 경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있는 거 확실해요?
-응. 어둠 속에서 널 바라보고 있어.
-보호막 펼쳐주세요.
릴리스의 보호막이 내 등 뒤로 펼쳐졌다. 이번 보호막은 물리적 충격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장막이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듣고 있지?”
“…….”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
한동안 침묵이 흐르지만 나는 차분히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ㄱ…ㅓ…래..?”
짐승이 언어를 배우면 저런 느낌일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말의 중간중간에 섞여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그래. 거래.”
“….무….스…ㄴ..?”
“내가 너희들에게 구그의 사체를 줄게. 그 대신 우리를 지켜줘.”
그 순간 어둠 속이 소란스러워졌다.
“구….그으..?”
“ㄱ…ㅜ..그…?”
“..시..ㄱ…량..!”
“고…기!”
소란이 잦아들고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구….ㄱ..ㅡ….의…..고..기…..이..ㅆ..어?”
“그래. 그것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한 구그의 전신이야.”
나는 루크에게 허락을 맡은 직후 다른 학생에게 부탁해 보존마법을 걸고 릴리스의 아공간에 구그의 시체를 넣었다.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ㅇ…ㅕ…주.ㅓ….”
-릴리스.
신호를 보내자 허공에서 구그의 시체가 떨어졌다.
“…상..태……이…사…ㅇ…하….ㄷ.ㅏ…?”
“불에 익어져서 죽었기 때문이야.”
“…부..ㄹ!”
“불!”
어둠 너머가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저들은 구그처럼 밝은 것을 싫어했다. 당연히 불은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고.
“부..ㄹ…위…ㅎ…ㅓㅁ…해…”
“너희들은 늘 생고기만 먹어왔지?”
“…으….으..ㅇ?”
“고기는 말이야. 불로 익히면 맛이 매우 좋아지거든? 한번 먹어볼래?”
나는 구그 시체에 다가갔다. 릴리스가 마법으로 작은 조각을 도려내었고 나는 그것을 어둠 속으로 던졌다.
무언가를 쩝쩝거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마..ㅅ….어…ㄸ..ㅐ?”
“부..ㄹ….고…ㄱ…ㅣ…..맛….없….ㅇ..ㅓ?”
“…마.ㅅ…..이..ㅆ…다!”
“…ㅇ..ㅗ…..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불을 두려워해서 매번 생고기만 먹던 저들에게는 구운 고기는 신세계나 다름 없을 터.’
“더….ㅈ…ㅜ…ㅓ!”
“더 먹기 위해선 거래를 받아들여. 그러면 통째로 내줄테니까.”
그러자 소란이 일어났다.
내 거래를 받아드리냐 마냐로 한참을 으르렁 거리던 그때.
“….인간.”
다른 녀석들보다 발음이 똑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왜…..거래에 응해…야..하지? 인간들….전부 죽이고….고기..가져가면…그만이다…”
“할 수 있다면 해보던가.”
“크르르르르….”
내 도발에 곧장 들려오는 적의를 담은 울음소리.
“하지만 우리와 싸우면 너희들도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걸?”
“….인…간….나약하다…”
“정말 그럴까? 구그를 사냥한 걸 보면 모르겠어?”
“…….”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들이지. 너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숲을 전부 불태울만한 불덩이를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법….위험…해….”
“그래. 마법은 위험하지. 너희들이 전부 덤벼도 모두 손해만 볼 거야. 차라리 거래에 응해서 구그 고기를 가져가는 게 더 이득 아닐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들이 정말 거래에 응할까요?
-걱정마. 구울들은 멍청하기는 해도 나름 실리를 따질 줄 아니까.
릴리스의 대답을 긍정하듯 어둠 속에서 답이 들려왔다.
“거래….받…겠다…..고…기…줘라…”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감지되었으나 그들은 보호막에 가로막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뭐….지?”
“말로는 부족하지. 너희들이 섬기는 누그의 이름 앞에 맹세를 해. 그러면 믿을게.”
“…..인…간….네가 어떻…게….우리..의 신을…알고 있지?”
“내가 아는 게 좀 많아서.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너도…약속해라….너의…신 앞에…”
“좋아.”
이어서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위..대하신…누그의…이름..아래….우리는…인간과의 거..래를…어기지 않을….것이다…”
“밤의 여왕 릴리스의 이름으로. 구울과의 거래에는 거짓이 없을 것이다.”
거래가 성립되었다.
보호막이 걷히고 이어서 달빛 아래로 검은 형체가 걸어나왔다.
구울. 다른 말로 견두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들은 드림랜드의 지하에 사는 식인종이다.
견두인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간의 몸에 개의 머리를 단 것 같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성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다.
저들끼리 국가를 건설하고 성까지 짓고 살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저 구부정한 몸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전투력이다.
구울들은 인간을 한없이 웃도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가 마법으로 대응한다고 한들 피해가 컸을 것이다.
-싸우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네요. 설마하니 구울이 약속을 어기지는 않겠죠?
-걱정마. 구울들은 누그의 이름 아래에서 하는 맹세는 반드시 지키니까.
구울들은 구그의 시체를 나뭇잎을 엮어 만든 끈으로 묶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지하로 통하는 땅굴까지 끌고갈 생각인 것 같았다.
그때 한 구울이 내게 다가왔다.
“인…간..”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와 거래한 똑똑한 구울이었다.
“…릴…리스..? 혼돈…의…딸….릴리스..?”
어라? 릴리스를 알고 있네?
“그래. 그 릴리스다.”
“…우리…릴..리스….존..중한다…거래….어기지 않…는다…인간…지킨다.”
“그것 참 다행이네.”
“하지만..릴..리스…죽었다고…들었…는데..?”
“…누구한테서 들은 거지?”
“나..이트..건트…”
그러자 품 속에 릴리스가 꿈틀거렸다.
-나이트건트가 뭐예요?
-…노덴스의 사역마야. 구울은 나이트건트와 동맹관계에 있어.
어…. 말실수한 것 같은데.
떠오르는 신이 릴리스밖에 없어서 아무 말이나 한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자칫하면 릴리스의 전남친에게 얘기가 들어갈 수도 있다.
구울은 나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럴 때는.
“나의 신이 죽었다고? 무례하긴! 내가 너희들이 믿는 누그를 죽었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겠어? 릴리스님은 영원히, 이 우주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그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실 거야!”
“…어..어엇..미…미안..하다…”
“릴리스님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분이야! 이견 있어?”
“내..가….실언을…했다…그래…..릴리..스…는….아름답지..”
“그래! 앞으로 그런 말 함부로 하고 다니지 말라고.”
“…알겠다…”
나이든 구울은 우물쭈물 구그 사체로 걸어갔다.
-….너 뭐해?
릴리스가 품에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원래 애매할 때는 밀어붙이는 게 최고죠. 저 구울 입장에서 저는 독실한 릴리스 신도로 보일 걸요?
-…….
-그리고 뭐… 틀린 말도 아닌데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릴리스.
-시, 시끄러!
난 한없이 주관적이 사실만을….이게 아닌가?
“인…간….구그 고…기..만….집에..두고 돌아….오겠다..”
구울들은 구그 사체를 끌고 자신들의 토굴로 향했다.
나는 캠프를 돌아보았다.
구울이 지켜주는 이상. 어느정도 위험한 생명체에게서는 안전을 보장받은 거나 다름 없다.
가기 전에 루크….는 너무 멍청하니까 제외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식용 열매가 뭔지만 알려주면 어느 정도 버틸 만 할 것이다. 그 말은 즉슨.
미지의 도시 카다스로 향할 때가 찾아왔다.
“….가볼까요?”
“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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