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루이스 골드썬.
골드썬 후작가의 차남인 그는…..
“끄아아아악!!”
-푸찍! 푸드드득….뿍…!
설사로 고생하고 있었다.
“끄으….”
부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화장실을 나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은은한 빛이 루이스의 하반신을 부드럽게 감쌌고 이내 찢어질 것 같던 고통이 가라앉았다.
이렇게 대상자의 상처와 고통을 순식간에 없애주는 회복마법이지만, 이 방법도 만능은 아니었다.
회복마법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
비단 사용자의 마나뿐만이 아닌, 대상자의 생명력 또한 대가로 치뤄진다.
당연하게도 남발할 수 없는 힘이지만 지금의 루이스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마법이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알싸한 고통에 어정쩡한 자세로 소파에 누운 루이스는 동거인으로 들어온 메이드에게 묻는다.
“사제를 부른 건 어떻게 됐어? 성국이 뭐래?”
이에 메이드가 머뭇거리며 답하길.
“그…. 지금은 사제가 바쁜 시기라면서 값을 두 배로 내라고…”
“사제가 바쁘긴 왜 바빠! 어디 전쟁이라도 터졌대? 인구의 과반수가 사제인 나라가 무슨 핑계가 그래?!”
“죄, 죄송합니다!”
“하아…. 일단 돈이 얼마나 들던 간에 사제부터 불러. 반드시 해주에 능한 사제로.”
“네, 네! 전달하겠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가는 메이드를 한심하게 쳐다본 루이스는 이어서 자신의 앞에 놓여진 죽을 바라본다.
소화가 최대한 잘 되도록 죽을 갈고 또 갈아 만든 미음은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고급 음식으로 채우던 루이스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빌어먹을….”
하지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소화불량으로 모든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양분 섭취다.
-꿀꺽꿀꺽
“크윽….”
떪은 물을 들이키는 것 같은 맛에 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사람은 고통이 있을 때 그 원인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는 매일 몇 번이고 떠올리는 장면을 회상한다.
분명 시작은 좋았던 것 같다.
매번 그에게 얻어맞기만 하던 놈이 갑자기 패밀리어가 생겼다면서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고양이 같이 생긴 패밀리어는 끔찍한 광선으로 수련장을 반으로 갈라버리긴 했지만, 그는 순응하지 않았다.
분명 속임수가 있을 거라고, 그 무능력한 트롤이 그런 행운을 얻었을 리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기회를 노리던 루이스는 마침내 그 패밀리어가 힘이 떨어졌을 거라고 판단되자마자 그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련이 시작한지 30초도 채 되지 않았을 시점.
“끄아아아아악!!”
-뿌드드득…뿌직….푸드드득….
그 날로 그의 학업생활은 끝났다.
모두의 앞에서 똥오줌을 갈겨버린 그는 그 치욕스러움에 복수를 꿈꿨다.
그런데 문제는…
“왜, 아직도!”
배에서 신호가 오는 즉시 화장실로 뛰어들어간다.
-푸드드득….뿌직…
“끄으으윽!!”
배가 아파온지 며칠 째다.
원인은 누가 봐도 그 놈일 테지.
마력도 없는 평민 이하의 고아 새끼 주제에.
장점이라곤 마치 트롤처럼 쓸데없이 튼튼한 몸뚱아리밖에 없는 주제에.
-으드득
이빨을 갈며 그 이름을 내뱉는다.
“아서…!”
그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속이 요동친다.
“끄으윽!!”
-뿌지직…
처음 하루 정도는 복수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선 이 끔찍한 상황이 해결 되기만을 바란다.
그 능력 좋다던 아카데미 병동마저 이 증상을 치료하지 못했다.
병 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사제마저 불렀건만 그 망할 놈들은 남이 심각하던 말던 본인들 배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시 화장실에서 나온 루이스는 미음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죽어버리고 말거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이로든, 그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어떻게든 회복할 방법이 필요했다.
육체적인 문제는 사제가 오면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인 부분만 챙긴다면….
“어이.”
그는 회복마법을 걸어준 마법사를 불렀다.
“진통마법도 사용할 수 있나?”
일단 빌어먹을 죽으로 더럽혀진 자신의 혀를 청결하게 만들어 주리라.
그리 다짐하며 병동에서 준 일시적인 약을 복용한 그는 단골 가게로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루이스 도련님.”
“내가 늘 먹던 걸로.”
당당한 자세로 걸음을 옮기던 그를 직원이 막아선다.
“죄송합니다. 스위트룸에는 이미 손님이 들어가 계신지라….”
“뭐야? 그 방을 다른 사람한테 줬다고?”
“죄송합니다.”
“야, 너 짤리고 싶어? 이 식당 건물이 누구 소유인지 몰라서 그래?”
“하, 하지만….”
머뭇거리는 직원을 옆으로 밀친 루이스는 쿵쾅거리는 발걸음으로 스위트룸에 향한다.
“루이스 도련님 제발….”
“시끄러! 내가 내 방에서 먹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닫혀있던 스위트룸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루이스.
-쾅!
“네가 누군데 감히 내 스위트룸을 차지……..어?”
방 안에 있던 사람은….
“…루이스?”
루이스는 온몸에 피가 말라붙는 듯한 기분과 동시에.
-꾸루루룩…
배에 신호가 옴을 느꼈다.
—-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루이스를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루이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는다.
“……”
“……”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식사 맛있게 해라.”
“???”
‘루이스가 저런 말을?!’
내가 입을 헤 벌리고 있자 루이스가 스르륵 문을 닫는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매우 조심스럽게.
다시 방 안에 릴리스와 단 둘이 남은 나는 어버버 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아…아니… 아니 루..루이스가?!”
루이스 피부가 하얘진다고 해도 이거 보다는 믿기 쉬울 것이다.
“루이스가 나한테 좋은 말을?!”
그 날 내가 믿던 세상은 무너졌다.
여긴 다른 차원일거야. 루이스가 착하다는 전우주를 통틀어 가장 희귀한 차원일거야.
다물지 못하던 내 입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며 상념에서 빠져나온 나는 무심코 내 입에 들어온 것을 우물우물 씹었다.
고기였다.
짭짤하게 간이 된 고기 덕분에 가출했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저주가 확실히 무섭네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가 있지?”
“후훗, 저주는 원래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힘이니까. 그 분야에서 저주를 이길 힘은 없지.”
“….릴리스. 저도 저주 한번 배워보면 안 될까요?”
격변한 루이스를 보자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안 돼. 저주는 잘못 다루면 사용자도 크게 다칠 수 있어. 그리고 내가 있는데 굳이 배워서 어디다 써먹을려고?”
확실히…. 내가 아무리 배워도 릴리스보다는 못할 텐데, 그럴 바에야 그냥 릴리스한테 부탁하는 게 더 쉬울 거다.
“자, 이게 마지막이야. 아~”
릴리스가 건넨 고기조각을 마지막으로 메인디시가 끝났다.
이어서 보기만 해도 달달한 디저트들이 줄줄이 나왔고, 이번에는 릴리스도 적극적으로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문득 릴리스의 입가에 묻은 하얀 크림이 눈에 뜨인다.
닦을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아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다.
“릴리스. 저 좀 볼래요?”
“웅?”
쿠키를 오물거리는 릴리스의 뺨에 손을 올린다.
이어서 크림을 쓱 닦아내고 자연스럽게 내 입으로 가져가….
‘우왁?! 나 뭐하냐? 뭐 그리 당연하게 이걸 먹으려 그래?’
화들짝 놀라며 얌전히 티슈로 닦으려던 그때.
“냠~”
릴리스가 내 손가락을 통째로 입 안에 넣어버렸다.
벌써 몇 번이나 당한 건데도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우웅~”
내 손가락마저 오물거리는 릴리스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릴리스의 머리에 손이 올라갔다.
-쓰담쓰담
내 행동에 릴리스가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 반응에 나 또한 몸이 경직되었다.
“…….”
“….죄송해요.”
너무 귀여운 릴리스의 모습에 무심코 고양이 모습의 릴리스를 다루듯이 머리를 쓰다듬어버렸다.
“왜 쓰다듬었어?”
“……너무 귀여워서…”
“누가?”
“……릴리스요.”
도저히 릴리스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숨막히는 침묵이 지나가고.
“정말?”
“…네?”
“정말 내가…. 귀여워?”
라고 말하며 나를 살짝 올려다 보는 릴리스.
은은한 마법등의 빛을 받아 초롱초롱 빛나는 그 눈을 마주한 나는.
“네, 귀여워요.”
“…..얼마나?”
“이만큼.”
릴리스와 입을 겹치며 그대로 밀어붙여 내가 릴리스를 덮치는 듯한 자세로 넘어갔다.
“우움….츄릅….츄웁…”
중간중간 잠깐씩 숨을 고르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오랫동안, 릴리스의 귀여움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본인이 제대로 알도록 진하게 입을 맞췄다.
수 분이 지나고.
“하아…하아…..”
은색 실선과 함께 입술을 떨어뜨린 나는 흠칫 놀랐다.
내 아래에 깔린 릴리스의 얼굴에는 내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감정이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 사랑, 그리고…..
“하악…..하악……”
나를 향하는 뜨거운 시선.
릴리스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시선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우리가 다시금 거리를 좁히려 하던 그때.
-쿵쿵쿵
“손님? 저희가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라 가게를 비워야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만 나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언제든 불타오를 준비가 된 작은 불씨.
여기서 점화선을 당기느냐, 아니면…..
‘싫다. 여기서 멈추지 싫다…..하지만…’
내가 몸을 빼자 릴리스가 옷깃을 붙잡았다.
“릴리스.”
“…….”
“우선 나가요.”
내가 살짝 힘을 주어 거리를 벌리자 맥없이 떨어지는 릴리스의 손.
그 손을 꼭 잡은 나는 릴리스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를 잠깐 바라보던 우리는 동시에 방을 나섰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가게를 나온 우리는 어느새 반쯤 어두워진 거리에 멀뚱히 서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며 자연스레 아까의 열기가 빠져나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머쓱한 분위기.
“……”
“……”
언듯 보니 릴리스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음…. 돌아갈까요?”
내가 애써 말을 꺼내보았지만 릴리스는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묵묵부답이다.
그 불편한 침묵 속에서 릴리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자니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
“네? 작아서 잘 안들렸어요.”
심호흡을 한 릴리스가 이번에는 충분히 큰 목소리로 다시 말한다.
“오늘 꼭 돌아가야 해?”
“…..네?”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고급스런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고급스런’ 침대. 그렇다. 여긴 내 기숙사 방이 아니다.
식당 주변에 자리한 고급 숙박시설이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자 화려한 장식의 암막커튼이 눈에 들어온다.
은은한 조명, 푹신한 침대, 방음마법이 걸려 있다고 적힌 벽보까지.
그래. 평범한 숙박시설은 아닌 것 같았다.
명백히…. 그렇고 그런 목적을 위한 장소.
그때 내 주의를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쏴아아아
물줄기 소리.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누군가는 바로 릴리스.
……….어라?
…….어라? 어라?
….어라? 어라? 어라?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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