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이번 편은 조금 더러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꼴에 고양이 하나 얻었다고 개기기는. 어제처럼 네 분수를 깨닫게 해주마.”
…..진지하게 이놈에겐 학습능력이 없는 건가 고민해봤다.
아니, 그 파괴광선을 보고도 나한테 덤빌 생각을 한다고?
“뭐, 그 광선으로 내가 쫄기라도 했을까봐? 까지마 새꺄. 그런 걸 연속으로 쏠 수 있을 리가 없는 걸 누가 모르냐?”
아, 과연. 저런 마인드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모든 존재들은 힘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고들 알고 있으니까.
릴리스의 보호막으로 수많은 공격을 막아냈으니 힘이 떨어졌을 거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의 한계에서 자유로운 딱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이다.
하긴 누가 상상이나 할까.
내 품에서 갸르릉 거리는 이 귀여운 냥이가 사실은 외신이라는 것을.
좋게 좋게 넘어가주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좋아. 하지 뭐.”
“하! 새끼.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 구만?”
나는 딱히 성인군자가 아니다.
릴리스에게 살인 금지를 요청한 것은 그저 최소한의 양심에 가깝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루이스가 싫었다.
그 누가 자신을 1년 넘게 괴롭힌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나와 루이스는 마주보며 거리를 벌렸다.
“야! 루이스랑 아서가 대련한대!”
“오, 그러면 아까 그 데스빔 다시 볼 수 있는 거야?”
“냥냥데스빔!”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오자 교수님도 이를 인지하고 다가왔다.
그리고 내 귀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나 아서.
레이커드 교수님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학생들의 벽 너머에 키가 큰 교수님이 보였다.
거리가 있음에도 마법의 힘이 교수님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리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 광선이 학생에게 향하면 넌 즉시 처분될 거다. 위력을 거기서 100분의 1로 줄여도 사람은 쉽게 죽일거다. 명령을 잘 내리도록.
이에 나는 릴리스를 끌어올려 속삭였다.
“릴리스. 죽이면 큰일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알아. 나만 믿어.”
“제발요. 믿을게요 릴리스.”
릴리스의 보드라운 귀에 입을 맞춘 나는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유언은 끝났냐 트롤?”
루이스는 몸을 풀며 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루이스 박살을 내버려!”
“트롤 따위는 순삭내버리라고!”
주변을 감싼 학생들이 소리쳤다. 평소대로라면 대부분이 저렇게 루이스의 편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가라! 냥냥데스빔!”
“고양아 힘내~!”
“꺄아아악! 저 꼬리 좀 봐!”
….이게 고양이의 힘인가? 대단한 걸?
“공정함을 위해 내가 신호하지.”
레이커드 교수님의 목소리가 학생들의 소란을 뚫고 들렸다. 마법으로 목소리를 키운 것이다.
루이스와 내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루이스는 입꼬리를 가득 올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골절까지는 괜찮을 거 같기도?’
“준비.”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릴리스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귀여워!”
“입 안쪽 빨간 거 봐! 너무 예쁘다~”
….릴리스. 혹시 즐기시고 있는 건가요?
“시작!”
교수님의 외침과 동시에 루이스가 사슬을 불러냈다.
“익숙하지? 어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처럼 끌려다녀 볼까!”
-촤르르륵
사슬이 늘어나며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텅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 갑자기 생겨난 보호막에 튕겨져 나가는 사슬.
“하하! 꼴에 고양이 뒤에 숨는 것 밖에 못하는 구만.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볼-”
그 순간 자신만만하게 쇠사슬을 돌리던 루이스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으윽…! 너….무슨 짓을…!”
예? 저요? 아무 것도 안했는데요?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릴리스가 다가와 내 정강이에 얼굴을 비볐다.
혹시나 하여 내 귓가 근처까지 안아올리자.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해?”
“저 도와주신다는 거요?”
“말고. 저 인간에 대해서.”
루이스에 대해서라면……
루이스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사슬마저 역소환하고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손은 배언저리에 자리했고, 엉덩이에는 힘을….앗.
오버랩되는 것은 며칠 전 침대에서 릴리스가 내게 허락을 맡던 장면.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배나 좀 아프게 해줄까 싶어서.’
…..설마?!
진상을 알아챈 나는 조용히 루이스를 향해 명복을 빌어줬다.
아무리 나를 괴롭히고 때리던 녀석이지만 저건 철천지원수라도 용서해줘야 할 문제다.
“끄으으윽!!”
루이스가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버틸려고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뭐야. 왜 저래?”
“얌마, 루이스! 뭐 하는 거야!”
학생들의 시선이 쏠리면 쏠릴 수록 루이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든다.
마침내 릴리스가 선고를 내리듯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코 막아 아서.”
“넵.”
이윽고.
“끄아아아아악!!”
안쓰러운 외침과 함께.
-뿌드드득…뿌직….푸드드득….
더욱 안쓰러운 소리가 수련장을 가득 메웠다.
그 뒤로 몇 초간 이어지는 소리를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했으나.
“으윽! 이게 뭔!”
“꺄아악! 냄새!”
“우욱!”
끔찍한 냄새가 좌중으로 퍼지며 학생들이 코를 싸매며 뒷걸음질을 쳤다.
“끄어억…”
루이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마침내 모든 것을 쏟아낸 루이스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학생들은 그에게서 도망쳤으며 하물며 릴리스의 공격으로부터 그를 지키고자 대기하던 교수님마저 코를 싸쥐고 그와 거리를 두었다.
모두가 경악스런 눈빛으로 루이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릴리스가 말하길
“아직 남았어.”
저기서 뭐가 더 남았다는…..어우야.
루이스의 고급진 실크 재질의 바지의 사타구니 부분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심지어 다리를 타고 내려온 모양인지, 발치에도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
“……..”
“………”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푸흡!”
누군가의 그 작은 웃음이 시발점이었다.
“푸하하하하하핳!”
“푸핫! 저게 뭐야!”
“꺄악! 더러워!”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으악 지린내 겁나 심해!”
“냄새 지독하구만 뭘 처먹은 거야?”
“으으….더러워.”
나 또한.
“푸흡…! 아, 웃으면 안되는- 푸흐흡!”
이걸 어떻게 안 웃고 배기라고!
“냐!”
칭찬해달라는 듯이 내 뺨에 머리를 비비는 릴리스.
“최고예요 릴리스!”
그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 준다.
“냐아~”
이에 릴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갸르릉 거렸다.
비웃음, 모욕, 무시.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받아낸 루이스는 이제 흙빛이 아닌, 잘 읽은 사과 같이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를 구원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레이커드 교수.
“….어서 가서 씻어라 루이스.”
루이스는 얼굴을 푹 숙이고 본관건물을 향해 달려갔다……물줄기를 흘리며.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어 재낀 나는 다짐했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릴리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찐한 뽀뽀를 해주리라고.
—-
“크흠….. 앞으로 그런 저주는 적당히 사용하도록.”
“넵.”
저도 뭐, 남이 먹은 걸 확인하기는 싫습니다.
루이스를 보낸 레이커드 교수님이 나를 따로 불러내어 약간의 주의를 주었다.
다만 확실히 살상력은 많이 떨어지는 저주라 그런지 크게 질책하지는 않았다.
릴리스가 말하길 루이스한테 건 저주는 설사와 방뇨의 저주란다.
원래는 오랜 시간 천천히 지속되는 저주지만 한번에 강하게 걸어버리면 아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교수님 앞에서 간신히 웃음을 참아낸 나는 교수실을 나오는 즉시 폭소를 쏟아내었다.
릴리스를 꼭 안아주며 다시금 칭찬을 퍼부었다.
“릴리스 최고!”
“냐아~!”
그렇게 다음 수업시간까지 주접을 이어가던 나는 강의실에 들어서며 간신히 진정을 할 수 있었다.
어느새 소문이 퍼진 건지 학생들의 시선이 잔뜩 쏠렸다.
“저게 그…”
“시선 돌려! 찍히기라도 하면 바로 공개 분수행이라고!”
“꺄아 고양이 귀엽다~”
…공개 분수행은 또 뭐냐…?
뭔가 소문이 엄한 방향으로 주목 된 모양이다.
자리에 앉은 뒤로도 한참이나 시선이 느껴졌다.
‘음…. 이걸 인기가 많아졌다고 봐야하나?’
일단 악명은 오른 것 같다.
“아서!”
-짝!
“끄헉!!”
갑작스러운 등짝 스매시에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뱉으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등과 이마 양쪽에서 아려오는 고통에 헤롱헤롱하는 나를 레티가 잡아 흔들었다.
“뭐야, 뭐야?! 아까 그거 뭐야! 나 그런 거 처음 봤어!”
“레, 레티….어지러…”
“아, 미안.”
사과와 동시에 놓아지는 손.
참고로 나는 흔들리던 와중에 갑자기 놓아진 것이다. 그렇단 말은…
-우당탕!
격렬한 소리와 함께 의자채로 넘어져버렸다.
“꺅! 괜찮아 아서?!”
이 놈하고 같이 있으면 내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미애옹!!”
릴리스가 내 품으로 뛰어내리며 레티와 나 사이에 보호막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촉촉한 눈길로 나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저는 괜찮아요. 릴림.”
이 정도는 내게 아무 것도 아니다.
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레티를 돌아보았다.
“넌 조심 좀 해라. 여자애란 놈이 뭐 이리 드세냐… 너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끌려가는 수가 있다?”
“너한테만 그러니까. 걱정마세용!”
“……그것참, 나한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인데?”
한마디를 더 하려던 레티는 교수님이 들어오셨기 때문에 우선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릴리스의 털을 쓰다듬으며 힐링을 만끽하던 나를 쿡쿡 찌르는 레티.
“뭔데?”
쓸데없는 (특히 변태같은) 이야기라면 즉시 보호막으로 벽을 만들어버릴 테다.
“루이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오, 이건 좀 궁금할지도.
내가 관심을 보이자 레티가 신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줌 흔적 잔뜩 남기면서 뛰어가더니, 화장실에서 한참을 나오지 못했대.”
하긴, 옷까지 전부 더러워졌을텐데.
“그렇겠지. 옷까지 전부 닦아야 했을 테니까.”
“아니? 옷 때문이 아니었어.”
음? 그럼 뭐 때문이길래?
“들어가고 나서 계속….. 싸는 소리가 들렸다 하더라고.”
뭣.
“한참을 싸고 나오더니 집사한테 새옷을 받고 다시 들어갔다는데?”
뭐지? 저주가 끝나지 않았….아.
릴리스는 분명 천천히 지속되는 저주라 했다. 그 말은 즉슨….
“…..아마 그거 앞으로 계속 그럴걸?”
“네가 한 거야? 진짜?!”
나는 릴리스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전부 릴림의 능력이야. 루이스한테 설사의 저주를 걸었어.”
“저주? 그거 안전한 거 맞지?”
“…..아마도?”
나도 모르겠다. 외신 피셜 강하게 건 저주다. 과연 얼마나 갈려나….
“킥킥킥 매번 아서 괴롭히더니. 꼴 좋네.”
고소하다는 듯이 웃는 레티.
“똥꼬 다 헐어버려라.”
….잔인한 녀석.
—-
수업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릴리스에게 물었다.
“루이스한테 건 저주. 얼마나 오래 가요?”
이에 릴리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되묻기를.
“얼마나 오래 갔으면 좋겠어?”
아, 그런 식이구나? 그렇다면야…
“흠. 매번 설사만 하다가는 탈수증으로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럼?”
“…..변비의 저주도 있어요?”
릴리스가 말없이 씩 웃었다.
“보름마다 증상이 바뀌는 저주로 할게.”
역시 릴리스, 척하면 척이다.
그러고 보니 앞선 다짐이 떠오른 내가 릴리스를 붙잡는다.
눈앞의 사랑스러운 외신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쪽
마법등의 빛 때문에 생겨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진다.
릴리스와 시선을 마주하며 진심을 담아 속삭인다.
“고마워요 릴리스. 사랑해요.”
릴리스 또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하길.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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