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8



릴리스의 품이 너무도 편안했던 나머지 무심코 숙면을 취해 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릴 때는 점심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자버려서 죄송해요 릴리스.”

“아니야. 자는 네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걸~”

“으윽…”

부끄러워하는 내게 릴리스가 짧게 입을 맞춘다.

“쪽, 잘 다녀와.”

“네, 수업 끝나고 돌아올게요.”

문을 닫고 기숙사를 나오자, 릴리스와 떨어진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시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입술에 남아 있는 온기가 그걸 달래줬다.

“….효과 확실하네.”

그 온기를 원동력 삼아 다시금 수업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2시간 뒤.

오늘의 마지막 수업.

“교과 선생님이 업무상 급하게 출장을 나가게 되어서 이번 시각은 도서관에서 자율독서로 진행한다.”

예상보다 빠르게 금지구역으로 향할 기회가 찾아왔다.

나와 수업이 겹치는 레티가 나에게 눈치를 보내 왔다.

슬며시 다가가니 작은 말로 속삭이길.

“하늘이 돕는다. 가라 아서! 나에게 러브러브 크래이플의 초판본을 구해다 줘!”

“하아…일단 사서쌤한테 말해 보기는 할 텐데. 그거 안 되면 난 더 이상 할 수 있는 거 없다?”

“후후후. 걱정 말라구. 플랜 B, 플랜 C, 심지어 플랜 S 까지 전부 준비되어 있으니까.”

“…플랜 S는 도대체 뭐냐?”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가늠이 안 된다.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백지에 정체불명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레티를 뒤로하고 사서쌤에게 다가간다.

“쌤. 부탁이 있는데요.”

“응? 아서구나. 찾는 책이라도….아, 그건 아닐 테고.”

“혹시 금지구역에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순간 사서쌤의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런 말을 꺼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색이다.

“음….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니?”

어라, 단박에 거절하실 줄 알았는데.

“혹시 거기라면 제가 마력을 얻을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요.”

“흐음……좋아.”

“아, 네. 당연히 안 될 줄 알았……잠깐, 뭐라고요?”

“들어가도 된다고.”

“???”

그게 저렇게 가볍게 얘기해도 될 문제인가?

어안이 벙벙해져 멍하니 사서쌤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 사서쌤이 내게 무언가를 건넨다.

받아보니 관리가 잘된 윤기 나는 열쇠다.

“금지구역의 열쇠야.”

“….거기가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나요?”

“어머, 몰랐니? 사실 말이 금지구역이지 선생님들의 허락이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단다. 애초에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도는 끔찍한 흑마법이니 뭐니 하는 그 소문의 주인공들은 이미 총장님이 봉인시켜 버렸거든. 남은 건 그저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수준 높은 마법서나 봐도 좋을 건 없는 기타 등등이야.”

“…뭐랄까, 좀 깨네요.”

“그치? 나도 처음 거기 들어갔을 때 그랬어.”

끔찍한 마굴 같은 장소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건전한 장소인 모양이다.

“그런데도 학생 수준에서 시도하면 살짝 위험한 주문들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사고 예방 차원에서 보면 그 소문이 생각보다 효과적이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내버려두고 있는 거야.”

환상이 깨지니 뭔가 좀 허무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럼 들어가 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이리로.”

사서쌤이 계시던 도서관 데스크에서 조금 들어가자 바닥에 문이 깔렸었다.

“여기야. 열람 가능 시각은 앞으로 1시간. 그전에는 올라와야 해. 아, 서가 깊숙이 있는 결계를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고. 아니 애초에 총장님이 만든 결계라 넘어가지도 못하겠지만. 그리고 쇠사슬이 감겨진 책은 가능하면 펼쳐보지 말고 그냥 들고 나한테 와. 내 감독 하에 열어봐야 하는 책들이니까. 명심했니?”

“1시간 전에는 나와라, 결계는 건들지 마라, 쇠사슬에 감겨진 책은 쌤한테 가져온다. 명심하겠습니다.”

열쇠를 꽂아 돌리자 안쪽에서 마법이 이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복제열쇠 방지 주문이겠지.

바닥의 문이 스르르 움직여 길을 열었다.

“그럼 원하는 정보를 꼭 얻기를 빌어 줄게.”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정도로 뭘. 어서 들어가.”

아래로 향하는 계단은 넓었고 여러 마법이 중첩된 것인지 빛이 없음에도 밝고 쾌적했다.

“씁…지하던전 같은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말이야.”

계단을 다 내려오고 나서 펼쳐진 광경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오오…예상과는 좀 다르지만 이것도 괜찮네.”

흑요석처럼 보이는 새까맣고 윤기 나는 재질로 이루어진 벽, 사방을 빼곡히 채운 서가들, 또 그 서가들을 가득히 채우는 무수히 많은 책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한 공간이다.

“심지어 마법 덕분인지 습도까지 조절되는 모양이네.”

분명 위에 자리한 아카데미 도서관도 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최고의 도서관이다.

대륙 전체로 따져도 손에 꼽을 수준이리라.

하지만 여기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그야말로 책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수많은 책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우선은 목적부터 달성해야 했다.

“어디 보자. 제목이 분명…『몇 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가 사실은 여자였다?!』도대체 책이지…?”

레티가 잘못 알려 줬을 리는 없을 테니 일단은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내 시선을 붙잡는 제목이 있었으니.

-『마력 증강법』2.152 개정판 무스티히 라인츠 지음.

“어? 라인츠면 최근 마력학술 저널에 이름을 올린 대마법사일 텐데? 이 사람 책 구하기 진짜 어려운데 여기에 있네.”

마력을 얻기 위해 온갖 논문을 뒤져 보며 알게 된 이름이다.

홀린 듯이 다가가 책을 꺼내 한 손에 들고는 다시 움직인다.

“시간 나면 읽어볼……어라?『마력에 대하여』무스티히라인츠 개선판. 이것도 구하기 어려운 놈일 텐데? 어? 이것도……이것도…”

결국 본 목적은 뒤로 미룬 채 저명한 대마법사들의 희귀한 논문과 수기에 신경이 쏠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책의 탑을 쌓아 들고 있는 꼴이 되었다.

“무거어….결국 레티가 말한 책은 없었네. 정보가 잘못된 건가?”

고개를 쭉 빼내어 책 너머로 간신히 앞을 보며 뒤뚱뒤뚱 걸음을 옮기던 그때.

“아앗!”

발이 꼬이며 비틀거리는 사이에 책의 탑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안 돼!!”

내 외침이 무색하게 책은 이리저리 비산하며 떨어졌다.

다급하게 몸을 던져 책을 붙잡아 보았지만 몇몇 책들은 저 멀리까지 떠밀려 갔다.

“으으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서둘러 책을 하나둘 다시 쌓아 올려 정리하는데 문득 무언가가 시선을 빼앗았다.

“저게 뭐지?”

서가의 끝 쪽에 작은 통로가 있었다.

바닥을 양분하는 빨간 실선을 기준으로 그 너머는 다른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책 두 권이 넘어가 있었다.

“…넘어가도 되나?”

빨간 실선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키웠지만, 저 너머의 책을 치우지 않고 사서쌤한테 들켰다간 나에게 돌아올 사서쌤의 분노가 더욱 두려웠다.

그 쌤 화나면 엄청 무섭단 말이지….

결국 가져오긴 해야 했다.

먼저 손을 천천히 뻗어 실선 너머로 손가락을 보내보지만.

“…어라?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떠한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게 사서쌤이 말하신 총장님의 결계일까 싶었지만 아마도 아닌 모양이다.

“그냥 정리를 위해 구분해 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을 완전히 넘어갔지만 그런데도 딱히 어디가 아픈 느낌도 없었다.

“빨리 들고 나가-”

책을 가져가기 위해 몇 발자국 걸어간 나는 보고야 말았다.

따로 분리된 책장 1개를.

그제야 떠올려지는 실선의 의미.

정확히는 ‘빨간’ 실선의 의미. 빨간색은 여러모로 불길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약간은 다른 의미로 쓰일 수도 있었다.

그건 바로…

“…..설마 성인용?”

저 서가는 분명 진정한 어른의 책이 차 있는 곳이리라.

“……..한번 봐볼까? 레티가 말한 책이 여기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음, 맞지. 맞지. 나는 어디까지나 레티를 위해서 보는 거야. 결코 내 사심이 담겼다던가, 그런 게 아니야.”

누가 듣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서가에 다가간다.

‘왜 릴리스가 떠오르지?’

원인 모를 찝찝함은 뒤로한 채 책 등을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몇몇 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들은 아주 낡았지만 읽을 수는 있었다.

『르뤼에 이본』

『에이본의 서』

『아스테의 노래』

“이게 다 뭐지? 성인용 소설이라기에는 좀 이상한 제목인데…”

그중 첫 번째로 본『르뤼에 이본』이라는 책을 꺼냈다.

“뭐야, 재질이 평범한 가죽이 아니네? 뭐지 이건?”

촉감이 조금 께름칙한 표지를 가진 책이었다.

표지 겉면에는 무언가를 스케치한 흔적이 보였다.

집중해서 보자 그 형태를 추측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를 그린 것 같았다.

“문어…? 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 몸에 문어의 얼굴을 달아 놓은 건가? 도대체 왜?”

이런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라니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아, 설마!

순간 번개같이 머리를 스쳐 가는 한 가지 생각.

성인용(추정) 서가에 있는 문어 인간 그림이라 하면.

“이상 성욕자들을 위한 서가인 모양이네. 문어 인간이라. 음음, 그럴 수 있지. 이해는 못 하지만 존중은 해주자.”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쾌함을 줄 수도 있어서 이렇게 따로 분리해 보관한 것 같았다.

사람들의 취향은 각기 다른 거니까.

누구는 이런 기괴한 것에라도 흥분할 수도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며 책을 다시 꼽았다.

서가를 마저 둘러보던 그때 누가 봐도 수상하게 생긴 책이 눈에 띄었다.

다른 책들은 전부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맞은것 같은 낡은 겉면을 가지고 있었는데,서가에 끄트머리에 홀로 놓여 그 책만큼은 새것처럼 윤기가 돌았다.

이 서가의 책들이 전부 그렇듯 새까만 표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께름칙한 분위기가 흘렀다.

“책등에 제목이 없네? 무슨 책이지?”

불안감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책을 꺼내서 표지를 둘러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표지를 한 장 넘겨보자 그제야 뭔가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날카로운 글씨체로 크게 쓰인 문장은 제목으로 추정되었지만 알 수 없는 문자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밑에 자그맣게 다른 글씨체로 쓰인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내 입으로 발음해 보았다.

“네크로노미콘. 이게 제목인가 보네. 원서를 해석한 번역본인가?”

한 장을 더 넘겨보자 작은 메모가 첨부되어 있었다.

종이의 재질이 책과 달랐고, 알 수 있는 글씨로 써진 메모는, 숫자와 소제목이 정리된 것을 보아하니 역자가 작성한 목차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메모에서 익숙한 단어를 찾아내었다.

목차의 가장 첫 번째에 자리한 그것.

1. 그레이트 올드 원과 아우터 갓

“어? ‘아우터 갓’이면…..릴리스가 말했던 건데?”

꿈에서 고양이의 모습이던 릴리스가 계약을 하며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 드림랜드의 그레이트 원이자.’

‘아둔한 백치 아버지의 측근인 기어드는 혼돈의 딸.’

‘나, 아우터 갓 릴리스는-‘

“그래, 본인을 아우터 갓이라고 소개했었지!”

근데 이게 왜 여기서 나오는 거람.

성인용 소설 서가가 아니었단 말인……아…

순간 식사 중의 릴리스가 떠오르자, 묘하게 생기는 개연성.

“그럼 주제가 아우터 갓, 즉 외신이란 말인가? 릴리스야 그렇다 쳐도 외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볼 수가 있나?”

지금껏 들어온 외신들의 외견 묘사는 하나 같이 끔찍한 형태를 말하고 있었다.

정소가 수십 개가 달린 존재도 있다고 하는데.

진정 ‘그들’은 그런 외신마저 그렇고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존경을 해야 할지 혐오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아는 키워드가 나와서 그런지 흥미가 생겨 본격적을 책을 펼치려던 그때.

“아서 어디 있니?”

사서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서가에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에 서둘러 책을 챙겨서 서가를 빠져나왔다.

“여기요!”

“꽤 깊숙이 들어갔……뭐니 그 책들은.”

내 책의 탑을 본 사서쌤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걸 다 읽을려고?”

“아……안 될까요?”

“…….”

떨떠름한 표정으로 책의 탑을 일일이 살피던 사서쌤은 어쩐지 안심한 기색을 내비쳤다.

비록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대출은 불가능해. 읽는 건 이곳에서만.”

“네,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래, 편하게 읽고 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네? 아직 한 시간 채우려면 멀었는데요?”

“학장님이 오시는 모양이야.”

“아….”

안 그래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학장님이다.

이런 곳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아시면 사서쌤도 곤란해지시겠지.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미안 해 아서.”

“아뇨, 여기 들여보내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은 내가 따로 정리해둘게. 네가 다음에 왔을 때는 바로 꺼내서 볼 수 있을 거야.”

“배려 감사합니다.”

사서쌤에게 꾸벅 인사하고 돌아가려던 그때.

“아서 잠깐만. 이거 네 책 아니니?”

…내 책?

뒤를 돌아보자 사서쌤이 손에 든 것은…

‘네크로노미콘?’

스리슬쩍 책 무더기에 꽂아 넣었는데….잠깐 방금 쌤이 뭐라 하신 거지?

“어….제 책이요?”

“응. 이 도서관 장서들은 모두 추적마법이 붙어 있어. 분실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총장님이 달아두신 마법이야. 사서인 나한테도 사용권한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마법이 없어서 말이야. 혹시 네 책 아니니?”

어라? 분명 서가에서 나온 책인데…?

‘그’ 총장님이 실수를 하셨을리가 없다.

우리 아카데미의 총장님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 평가받는 동시에 그만큼 까다로운 성격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그런 철두철미한 분이 실수를 남기셨을리가 없다.

“분실서적인가? 제목이 없네?”

사서쌤이 책을 펼치려던 그 순간.

“제 겁니다.”

“응?”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나도 잠시 당황하여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책. 제 거라고요.”

“그래? 그런데 왜 방금은…”

“그렇게 생긴 노트는 흔하잖아요. 저도 챙긴 줄 알았는데 다시 주머니를 뒤져 보니까 없어서요.”

사서쌤은 잠깐 나와 네크로노미콘을 의심쩍은 눈빛으로 번갈아 보셨지만.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 자, 여기 있어.”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모를까 봐 이야기해주는 건데. 금지구역 책들은 모두 필사 금지야. 총장님이 막아두셨으니 시도할 생각도 하지 마렴.”

“그럼요. 염치가 있어야지. 제가 왜 그럽니까~”

짐짓 너스레를 떨며 네크로노미콘을 교복 마법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가다가 학장님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넵.”

사서쌤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어서 지하실을 나선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도서관을 빠져나가려던 나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아서! 금지구역 들어간 거지?”

레티였다.

“『몇 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가 사실은 여자였다?!』있었어?”

아, 뭘 까먹었나 했더니…

“레티.”

“응?”

“….미안, 까먹었어.”

“……”

레티는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아…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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