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dess of a New World

Chapter 15




우와, 그 장면에서 라이브가 끝나버렸어!

밸런스…

게임의 밸런스는 디렉터에게 있어선 마치 역린과도 같아!

세상에 완벽한 밸런스란 존재하지 않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게임 내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모두 다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완벽이란 있을 수가 없어!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설령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었다고 해도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군가에게는 그 완벽한 밸런스가 전혀 완벽하지 않게 느껴질 테니까.

그래서 아카레의 공식 디렉터가 밸런스를 언급한 것은 확실히 악수를 둔 거지.

다른 디렉터가 공식적으로 밸런스를 언급하고, 그것도 다른 직업을 우호하는 발언을 했다면?

그 발언 하나로 몇 년 동안 욕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아카레의 디렉터, 오로라는 평범한 디렉터가 아니었어.

더구나 아카식 레코드는 베타 테스트조차 시작되지 않은 게임이었지.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강제로 게임 안 분인 상태였고,

실제로 정보가 풀린 직업은 무인 하나가 유일하니.

그렇기에 원점이야.

오로라의 그 발언이 나중에 어떻게 터질지는, 지켜봐야 알 문제야.

***

“···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어제의 일이 떠올랐어.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해서 무난하게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마법사의 자존심을 긁는 채팅 하나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놓쳐버렸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것 같아,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수습할 방법이 없었지.

“으으···.”

무섭다. 정말 무서워.

“몇 시간이나 잔 거죠···.”

창밖을 보니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더군.

아카쨩은 이미 캡슐 안으로 들어가 가상현실로 출근한 것 같아.

“12시간이나 자버렸네요.”

심력이 다해서 그런지,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잠으로 채워버렸어.

“으으응···!”

기지개를 켜고, 두 손으로 말랑한 볼살을 쳐봤어.

짝-!

얼얼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극이 되어서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지.

앞으로 베타 테스트 시작까지 1시간이 남은 상황.

습관적으로 갤러리에 접속하려던 손을 멈춰 세웠어.

저지른 실수를 외면하는 것보다 그로 인해 생긴 여파를 직면하는 게 옳겠지.

[인디 마이너 게임 갤러리]

―――

오픈 1시간 전이다 술과 계집을 대령하라 [360]

당첨 인증한 새끼들 싹 다 갱차 해야 하면 개추 [455]

유명 스트리머 스윗트 근황.jpg [348]

공식 디렉터 : 내가… 분탕이 될게 [399]

어제자… 인겜갤 여론에 긁힌 디렉터 [411]

그 채팅 쓴 새끼 부검해 봤다 [568]

―――

음? 생각보다 여론이 나쁘지 않네.

밸런스 관련해서 폭탄 발언을 한 치곤, 나쁘지 않아 보였어.

개념글 페이지의 스크롤을 내려도 딱히 악의적인 글은 보이지 않았지.

오히려 나를 더 칭찬하고, 내 모습에 열광하는 글들이 더 많았어.

도대체 뭘까···

―――

[제목] 오픈 1시간 전이다 술과 계집을 대령하라

(역동적으로 웃는 개구리 짤)

신세계를 개척할 영웅호걸들의 시간이다

추천 566 비추 0

―――

[댓글 360]

이건 언제 봐도 웃기네

ㄴ짤이 존나 웃김 ㅋㅋ

ㄴ씨발 나는 당첨 안 됐다고

베타 당첨됐다는 거잖아 ㅅㅂ

ㄴㄹㅇ 글쓴 놈 갱차 좀

ㄴ정출하면 비터로 몰아가서 고로시한다

―――

[제목] 유명 스트리머 스윗트 근황.jpg

(경건한 자세로 명상 중인 짤)

현실에서 가부좌 틀고 있음 ㅋㅋㅋㅋ

여행 도중에 대협이 방송 존나 본 듯

―――

[댓글 348]

저건 가부좌 자세가 아니라 그냥 명상임

ㄴ아오 무쌤

ㄴ아스퍼거는 무평 ㅋㅋ

ㄴ가부좌 주작은 뭐야

저 새끼 왜 저럼? 설마 무인함?

ㄴ방송 키고 1시간째 저 지랄 중임 ㅋㅋㅋㅋ

ㄴ저러고 마법사 고르면 무틀딱들 각혈하겠네

ㄴ스윗트 팔 취함 에휴 무첩련

―――

[제목] 공식 디렉터 : 내가… 분탕이 될게

(긁혀서 무인 디스하려는 디렉터 클립)

(놀라서 두 손으로 입 막는 디렉터 클립)

(급방종 때려버리는 라이브 클립)

분탕펀치 시전해 놓고 입 틀막 ㅋㅋㅋㅋㅋ

추천 675 비추 5

―――

[댓글 399]

눈 똥그래진 게 존나 귀여움 ㅋㅋㅋㅋ

ㄴ내 미래의 신붓감으로 합격

ㄴ정출 직업. 빨리.

ㄴ무인 재밌어 보이더라

ㄴ무평 ㅅㅂ

판타지 근본은 마법사지

ㄴㄹㅇ 뭔 무인이여

ㄴ갈드컵 거르고 법사가 더 매력적임

ㄴ갈드컵 거르고(갈드컵을 열며)

ㄴ또또 기술 들어가네

―――

···현재 개념글 1페이지만 봐도 여론이 우호적이란 걸 알 수 있었어.

물론 인겜갤은 이미 아카레의 본진과도 같은 곳이었기에

이곳에서의 여론이 대중의 시선과 같다고 보기엔 어려웠지.

그래서 다른 커뮤니티도 전부 살펴보고 왔지만,

폭탄 발언을 한 것 치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아카쨩이 그토록 강조했던···.’

미소녀 디렉터.

나만의 아이덴티티이자 고유한 캐릭터.

그것이 비호감이 될 뻔한 발언을 오히려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 덕분에 무척 중요한 ‘재미’가 제공되었지.

소통과 재미.

디렉터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어.

소통하는 디렉터는 많았지만,

소통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디렉터는 별로 없었지.

그런데 이제 소통과 재미, 그리고 매력까지 갖춘 디렉터가 나왔다고?

“디렉터도 능력이라는 건가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어.

최대한 소통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나에게 재미와 매력을 느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겠죠.”

이해할 수 없지만,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캡슐을 통해 가상현실로 이동했어.

***

[스윗트 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Akashic Records 1시간 전]

[스윗트 님의 방송 제목 : 아카레 오픈런]

“영웅의 회랑에 도달한 자여. 무엇을 바라여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영웅의 회랑.

아카식 레코드에서의 직업을 정하는 시작의 장소.

스윗트는 질문을 던진 메이드를 바라봤고, 문득 의문이 생겼어.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메이드 복장이에요?”

“···.”

아카쨩의 분신체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침묵을 지켰지.

어째서 ‘메이드 복장’인지에 대한 답은 알고 있었지만.

권한 밖이라고 판단한 분신체가 다시 준비된 멘트를 입력하려던 찰나.

본체, 아카쨩의 의식이 개입했어.

“디렉터님의 개인 취향입니다.”

“그, 취향이 특이하시네. 참, 힘드시겠다.”

스윗트의 공감대 형성에 아카쨩의 의식이 분신체의 몸을 움직였지.

끄덕끄덕

“방금 건, 비밀입니다.”

“물론이죠.”

스윗트는 채팅창 아래에 적힌 시청자 수를 흘끗 쳐다봤어.

10만 명만 아는 비밀이라.

이 정도면 공공연한 사실에 가깝지 않나.

―――

메이드님도 귀여우시네 ㅋㅋ

히든 찾기 ㄱ?

반드시 무인 가야지

10만 명의 비밀 친구

―――

평소보다 혼란스러운 채팅창을 두고서, 스윗트는 나지막이 답했어.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

?

??

1시간 동안 개지랄쇼 한 거 해명 좀

?

히든 찾기 안 함?

―――

스윗트에겐 히든 찾기고, 무인이고 다 필요 없었어.

판타지, 이세계, 가상현실.

“마법사가 근본이잖아.”

―――

통수쳤네

무인들 설렜냐?

통수도 정성껏 치네 미친놈 ㅋㅋ

그 정성으로 방송을 좀 자주 켜봐

―――

오픈런 전에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한 건, 일종의 쇼였어.

빠와 까, 둘 모두를 미치게 하고 싶은 상황을 만들기 위한, 그런 쇼.

스윗트는 물음표와 웃음으로 도배되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뗐지.

“그렇습니까.”

메이드가 싱긋 웃었어.

저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록의 환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길이라면, 저를 불러주시길.”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주변의 풍경이 일변했어.

가장 먼저, 거대한 드래곤이 보였지.

드래곤은 산봉우리 하나를 받침대로 삼아, 그 위에 자리하고 있었어.

드래곤은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으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지.

“뭔가, 경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스윗트는 드래곤의 시선이 고정된 곳으로 고개를 돌렸어.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무언가, 떠 있었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시야가 확대됐어.

“와, 깜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기에 순간적으로 놀란 스윗트였지만.

감탄을 다 토해내기도 전에 스윗트의 입이 닫혔지.

디렉터 오로라. 그녀가 천천히 몸을 부양하며, 드래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어.

―――

디렉터 입갤

드래곤 레이드 ㄷㄷ

ZGVPdDc2cnQxMFU0bVlrbnZITXlVdXRRR1JTTFc0bnNSMnZ2SlYzajd5djMxL2RSTFh2Unp4WmJ3RENud1N6cQ

혼자서 잡나 설마?

이것도 직접 촬영한듯

―――

오로라와 드래곤 사이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졌고.

먼저 공세에 나선 건, 붉은색의 마법진을 전개한 오로라였어.

“떨어지세요, 메테오.”

하늘에 낀 먹구름이 순식간에 걷혔지.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법진으로부터 소환된 거대한 메테오였어.

운석이 떨어진다.

천천히, 절대 빠르지 않은 속도로.

열심히 달리면 범위 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느렸지만, 아니었지.

메테오는 절대로 피할 수 없어.

시야에 메테오의 보이는 범위, 운석의 충돌은 그 모든 범위에 영향을 끼치니까.

그렇기에 역사는 메테오를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이라 칭한 거야.

보인 순간,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

하지만 드래곤은 달랐지.

드래곤, 마법의 종주라는 이명이 붙은 몬스터.

천천히 떨어지는 죽음을, 멈춰 세우지!

아무런 행동도, 전조도 없었어.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

“구속하세요, 체인 라이트닝.”

드래곤의 사방에 마법진이 전개돼.

뇌전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뻗어 나와 드래곤의 육체를 구속했어.

“끌어내리세요, 그레비티.”

강화된 중력의 힘으로 인해 멈춰있던 메테오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지.

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크롸롸롸롸-!!!

드래곤이 포효한다.

파충류의 눈이 붉게 번진다.

육중한 몸을 일으켜, 날개를 펴지!

드래곤의 날개짓에 뇌전의 사슬이 끊어지고.

포효만으로 메테오가 붕괴하기 시작했지.

그야말로 모든 생물의 정점이라 불릴 만한 존재였어.

하지만.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오로라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산봉우리로 이동했어.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 하는 마법, 블링크.

“그럼 잘 가요.”

어리석은 드래곤.

작별을 고한 오로라의 검 끝에서, 격이 다른 불꽃이 피어났지.

그 불꽃은 폭발을 일으키고, 드래곤의 육체를 휘감았어.

고위 마법, 익스플로전.

-!!!

영혼마저 태우는 불꽃은 드래곤의 비명마저 삼켰어.

그와 동시에 붕괴하고 있는 메테오가 추락했지.

콰아아아앙-!!!

거대한 운석과 산봉우리의 충돌이였어.

그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이 소멸했지.

산림도, 산맥도, 산봉우리도.

남은 건, 드래곤의 시체 하나뿐.

“오로지 마법만이,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어요.”

오로라는 드래곤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어.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주변의 풍경이 영웅의 회랑으로 바뀌었지.

“마음에 드셨습니까?”

메이드가 물었어.

방금 목도한 마법사의 길이, 마음에 드냐고.

“···디렉터님, 생각보다 무서우신 분이셨네.”

감상평을 남긴 스윗트가 웃음을 터뜨렸어.

“마음에 드네요. 정말로.”

스윗트는 조금 전의 메테오를 떠올렸지.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까?”

스윗트가 질문을 던졌지만, 메이드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어.

“동상 너머에 있는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세요.”

그저,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라고 손짓할 뿐이었지.

“재밌겠네.”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스윗트가 회랑의 끝에서 문을 열었어.


Tip: You can use left, right, A and D keyboard keys to browse between chap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