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88
#388
완전한 노예
거실에서의 1차전 이후 나는 끊임없이 에리를 범했다.
“쥬, 쥬인니임. 하응, 아응. 바, 밥 하고 있는데♥”
알몸 에이프런을 입고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덮치는 건 물론.
“으앙, 씨, 씻는 중인데 만지면······. 주, 주인니임······. 하으응.”
씻는 중에도 범하고, 거실에서도 베란다에서도 범하고 계속해서 범했다.
마지막에 관계를 가진 곳은 그녀의 방.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쭈욱 자라왔던, 그녀의 추억이 깃든 방에서 나는 에리를 마구잡이로 범했다.
“흐윽, 하아아앙······. 주, 주인니임, 더, 더······. 범해줘. 에, 에리링을 주인님 소유물로 만들어줘······.”
빨간 개목걸이를 제외하고는 알몸이 된 그녀가 나를 다리로 끌어안으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에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세계관 최고 미녀답게 흐트러진 얼굴도 정말로 예쁘다.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몸이 달아오른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범했다.
“후우, 하아.”
그렇게 장장 열다섯 번을 넘게 한 뒤.
그럭저럭 만족할 만큼 쏟아낸 나는 그대로 그녀 옆에 쓰러졌다.
바로 어제 프랑스에서 하고 왔는데도 이 정도라니.
내가 참은 게 신기할 정도다.
“주인님, 완전 욕심쟁이이······.”
옆에 있던 에리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내게 착 달라붙으면서 귓가에 교태가 달라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에리링, 기분 좋았어?”
이런 건 보통 남자가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녀들 중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미모를 지닌 세계관 최고 미녀인 에리였다.
행동이 좀 많이 이상해서 그렇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제일 예쁜 건 사실이었다.
사실 관계를 맺을 때는 행동도 상관 없었다.
솔직히 주인님이라는 호칭도 개목걸이도 꽤 꼴리니까.
일상생활에서는 제발 안 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흐응······. 정말이지? 에리링 가슴도 좋았어?”
내게 달라붙은 에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의 볼륨감 꽤 있는 가슴이 내 팔에 부딪혀 뭉개졌다.
에리의 가슴 사이즈는 꽉 찬 B컵.
흔히 말하는 슬랜더 미소녀의 표본이 바로 그녀였다.
내가 큰 가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빈유도 아니고 나쁘지 않았다.
“어. 괜찮았는데.”
“후후. 역시 주인님도 에리링 같은 은하 제일 미소녀를 잔뜩 범할 수 있어서 기쁘지? 그렇지?”
내 말을 듣자마자 신이 나서 내게 달라붙는 에리.
다 좋은데 자꾸 달라붙으니까 식은 몸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에리링, 원래는 주인님 기념 공원에서 알몸 네발 목줄 산책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그건 말려서 어쩔 수 없었어.”
에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몸 네발 목줄 산책?
그걸 진짜 하고 싶었던 거냐고.
게다가 그걸 어머님에게까지 말했다고?
어이가 없다.
이게 라노벨 세계의 상식?
“그래도 에리링, 공원 공중화장실은 아니지만, 주인님한테 처녀를 바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에리가 나를 보면서 웃었다.
그녀가 내 품에 파고들면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주인님. 이제 에리링의 몸도 마음처럼 완전히 주인님 것 된 거지? 그렇지?”
에리가 살짝 불안한 태도로 물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불안함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하자고 한 건 불안감 때문인가?
나는 천천히 내 품에 파고드는 에리의 주황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넌 내 거다.”
“······역시 에리링, 주인님의 영원한 노예인 거지? 몸도 마음도 전부 주인님 거지?”
에리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평소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테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에리의 눈동자가 평소와는 다르게 울먹거리기 직전까지 가 있었으니까.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불안했던 건가?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 구석이 쿡쿡 찔렸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나의 관계는 악연에서 시작했고, 한동안 내가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비 오던 날, 그녀를 바람맞힌 이후로 사실상 화해를 하고 가까워지기는 했다.
그 정도면 된 줄 알았는데, 에리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일까지 하는 거겠지.
“그래.”
나는 그녀의 말에 긍정하면서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리의 몸 떨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꼬옥.
그녀가 내 품에 파고들면서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은 에리링······. 정말로 좋아해?”
비 맞은 강아지처럼 파르르 떠는 에리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처음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래. 좋아한다.”
내 말에 에리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그녀가 입술을 우물우물하더니, 내 품에서 떨어졌다.
에리의 입에서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 뭐 하려는 거지?
갑자기 불안해진다.
“좋아. 그럼! 에리링은 이제 완전히 주인님 거니까······.”
에리가 책상 위에서 유성 매직을 찾아내 내게 건넸다.
“······주인님 거라는 표시, 내 몸에 잔뜩 새겨줘.”
탁탁.
에리가 매끈한 11자 복근이 인상적인 잘록한 허리와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찡긋 윙크했다.
“표시라니?”
설마, 아니지?
나는 손에 든 유성 매직과 에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여기여기! 주인님 거라고 써줬으면 좋겠어. 에리링, 주인님의 완전한 노예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으니까······.”
그 설마가 맞았다.
에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내 귓가에 속삭였다.
“한글로. 후후. 주인님. 적어줄 거지? 주인니임♥”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계속 이러는 거 놔둬봤자 더 시끄러워지기만 한다.
이걸 진짜 해야 하나.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녀가 불러주는 대로 그녀의 매끈한 복부와 허벅지에 주인님 전용 따위의 문구를 한글로 슥슥 적었다.
자괴감이 드는데.
그렇게 그녀의 몸에 검은 매직으로 낙서를 끝내자 에리가 웃었다.
“후후후후. 이제 주인님의 완전한 노예로 떨어진 기분······. 에리링, 너무 기쁜걸!”
에리가 눈을 반짝이면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목줄을 개목걸이에 결합했다.
철커덕.
쇳소리와 함께 이어진 쇠사슬 목줄의 끝을 에리가 내게 쥐여줬다.
“주인니임······. 에리링······. 조교 계속해줄 거지? 에리링은 주인님의 노예니까······. 주인님의 것 더 받고 싶은데······.”
그녀가 아양을 떨자 새하얀 몸에 새겨진 글자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쉴려고 했는데.
나는 목줄을 확 잡아당겼다.
“하윽?!”
에리가 목줄에 딸려오면서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사용을 원하면 사용해줘야지.
나는 에리를 침대 위에서 다시 덮쳤다.
“주, 주인니임. 너, 너무 커어. 흐윽······. 하앙♥”
그녀의 달콤한 신음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
“주인님. 다음에 또 들러줘.”
“그래. 잘 있어라.”
탁.
현관 문이 닫히고, 김덕성이 떠난 뒤.
집에 홀로 남겨진 에리는 그대로 현관에 주저앉았다.
“하흐윽······.”
그녀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더럽혀진 옷은 세탁기에 넣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에리였지만 옷 아래 맨살에는 아직 김덕성이 매직으로 낙서한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에리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후후······. 에리링. 이제 몸까지 완전히 주인님의 노예가 되었어.”
허벅지에는 ‘김덕성 전용 노예’라고 한글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배에도 ‘김덕성 전용’, ‘김덕성 이외 접근금지’라고 적힌 낙서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에리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두근, 두근.
에리의 심장이 뛰었다.
“주인님······.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에리의 머릿속에 그와 침대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김덕성의 말.
그 말이 에리는 듣고 싶었다.
“에리링······. 나쁜 여자였는데······. 그래도 주인님은 에리링, 용서해주고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에리가 한글로 낙서가 되어있는 배를 만지면서 배시시 웃었다.
오늘의 주인님은 상냥했다.
친절하게 자기 것이라는 표시를 몸에 직접 새겨준 건 물론, 그녀가 기절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사용해줬다.
비록 공원 알몸 산책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에리는 오늘 만족했다.
“······역시 주인님은 상냥해.”
에리가 배시시 웃었다.
그녀가 개목걸이를 손으로 만졌다.
처음에는 굴욕이라고 생각했던 개목걸이였지만,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증표였다.
자신이 주인님의 노예라는 사실, 주인님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당당하게 알리는 증표.
개목걸이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에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마지막, 주인님이 목줄을 당겨서 거칠게 뒤에서 자신을 범할 때가 제일 좋았다.
“······에리링, 다음에는 꼭 알몸 산책하고 말 거야.”
에리가 굳게 다짐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 불안감의 그림자는 없었다.
*
에리와 거사를 끝낸 뒤.
다음으로 나를 불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카스미 선배였다.
나보다 1학년 선배였기에, 졸업한 지 1년이 넘은 카스미 선배가 나를 불러낸 장소는······.
“왜 하필 여기입니까?”
슈오우 영웅 학원이었다.
아직 졸업장 잉크도 다 안 말랐는데 다시 학원이라니?
다행히 봄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학원 내부에 남아 있는 생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고향에 갔거나, 아니면 모종의 수단으로 학원 전체가 비워졌거나.
되도록 전자였으면 좋겠는데.
벚꽃이 흩날리는 교정은 제법 아름다웠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입학식, 졸업식 이벤트 때 벚꽃 묘사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후배 군이랑 오랜만에 학원 데이트하고 싶어서······. 호, 혹시 싫니?”
벚꽃 향기 가득한 교정 속에서, 카스미 선배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싫은 건 아닌데요······. 왜 복장이 교복입니까?”
내 지적에 카스미 선배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그렇다.
카스미 선배가 입은 옷은 교복이었다.
하얀 교복 마이에 짧은 치마, 그리고 사이 하이 삭스에 구두를 신은, 청순한 인상의 보랏빛 생머리를 길게 기른 카스미 선배는 일본 청춘물에서 막 튀어나온 미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그건······.”
내 말에 카스미 선배가 말을 더듬었다.
“나이도 이제 21살이나 먹은 선배가 대체 왜 교복을······.”
“······하, 학원이니까······. 으응······. 그, 그리고······. 후배 군은 귀축이니까······.”
카스미 선배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 귓가에 속삭였다.
“······교복 입고 하는 플레이, 좋아할 것 같았어.”
뭐?
당황스럽네.
물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이렇게 돌직구를 던질 줄은 몰랐다.
“왜. 싫니? 후배 군. 미안하지만 다른 복장은 아직 준비가······.”
“됐습니다.”
카스미 선배의 말을 나는 중간에 잘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교복 입고 하는 플레이에 학원에 온 이유.
설마······.
아니지?
“후후. 좋다니까 다행이야. 후배 군, 선배한테 교복을 입힌 뒤에 학원에서 마구잡이로 범하고 싶구나? 역시 귀축, 나쁜 남자 후배 군이야.”
카스미 선배가 분홍빛으로 얼굴을 물들이면서,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런 말은 아직 한 마디도 안 꺼냈는데.
“그럼 가자. 후배 군.”
그렇게 내가 카스미 선배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는.
교실이었다.